나중은 없을 텐데
나중은
젊은 날 누군가를 사랑하여
길고 긴 쓰린 밤으로 배운 하나
나중은 없다는 것
그래도
그래도 혹시나 해서
치매 앓는 엄마 곁에 붙어
제 절로 떨리는 노구의 메마른 손을 잡고
엄마 우리 한 번만 다시 만나
응?
하고 물으니
그래, 하고 일생처럼 답을 하고서
아이, 우서라
병아리가 활짝 날개를 펴듯 웃으며
구순의 소녀가 잠시 노란 꽃으로 피어난다
-시집 ‘대지의 있는 힘’(문학동네) 수록
●박철
△1960년 서울 출생. 1987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등 발표. 천상병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