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선거에는 다양한 이력과 공약으로 무장한 후보들이 출마했다. 때론 황당무계한 언행으로 비판·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대선판의 또 다른 묘미 중 하나다.
첫손가락에 꼽히는 화제의 후보는 단연 허경영 후보다. 1997년 15대, 2007년 17대, 2020년 20대 대선에 출마한 허 후보는 자신의 지능지수(IQ)가 430이고 축지법을 구사하며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행으로 ‘허경영 신드롬’을 일으켰다.
‘허본좌’라는 별명까지 생긴 그는 황당 공약으로 주목받았는데, 유엔(UN)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각종 현금성 복지정책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지난 대선에선 18세 이상에게 매월 150만원 기본소득 지급, 연애수당 월 20만원, 노인수당 월 70만원, 출산수당 자녀 1인당 5000만원, 10세까지 월 100만원 육아수당 지급 등을 내걸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2034년 4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20대 대선 TV 방송 연설에서 “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이었다”고 발언했다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7대 대선 당시에도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고 주장했다가 2008년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또 다른 후보는 16대 대선에 출마한 김길수 후보다. 그가 대선 포스터에 새겨 넣은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문구는 지금까지도 회자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거’(승려들이 음력 10월15일부터 이듬해 1월15일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수도하는 일)에 들어가고, TV 토론회에선 “제가 (대통령에) 당선될 리 없다”고 말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그 역시 대선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무총리를 시켜주겠다며 대선 등록금과 선거 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받는 등 총 88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3·15대 대선에 출마한 신정일 후보도 빼놓을 수 없다. 한얼교의 창시자이자 한온그룹 총재를 지낸 신 후보는 비무장지대(DMZ)에 제3의 국가를 만든 뒤 이를 확대해 남북통일을 이루겠단 황당 공약을 걸었다.
14대 대선에 출마한 무소속 김옥선 후보는 ‘무공약이 공약’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3선 의원 출신의 김 후보는 남장을 한 여성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7대 대선에 나섰던 진복기 후보가 언급된다. ‘카이저수염’을 기른 진 후보는 전쟁으로 북진통일을 완수하겠다고 외쳤다. 또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을 발굴해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실제로 5년 뒤 해저 유물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이번 21대 대선에선 역대 후보 중 최다 전과를 보유한 후보가 등록을 마쳐 관심이 쏠린다. 주인공은 무소속 송진호 후보다.
송 후보는 무려 17건의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종류도 사기와 폭력,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재물손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 다양하다. 실제로 징역형을 받은 경우도 8차례(집행유예 2차례 포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