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어렵지만 절실한 시대 화두다. 그만큼 양극단의 쏠림현상이 빚어낸 불균형이 심각하다. 원활한 바통터치를 위한 가족분화·세대 부조의 사회약속도 깨질 판이다. 0.75명(2024년)의 초저출생이 뒷받침한다. 한국 인구의 51%가 12%의 수도권에 산다. 한정공간의 자원 부족·획득 욕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낳는다. 소득은 그만그만한데 물가는 고공행진이라 생활품질은 악화일로다. 교육·취업의 우위 속에서 탈(脫)서울은 어렵다. ‘지속불가능’이 떠오르는 이유다.
이대로면 미래는 없다. 돌파구는 현장에 있다. 균형발전의 성과 창출을 위해서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불균형의 희생양인 청년·로컬에 무기·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역의 약점·한계를 장점·기회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설계와 실험이 필요하다. 창의적 재생모델과 열정적 협업체계로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는 게 필수다. 지역특화의 창발모델이면 더할 나위 없다.
돋보이는 건 서울시의 대표적 지역상생 모델 ‘넥스트로컬’이다. 서울청년이 특색 있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달라진 혁신실험의 조건을 꽤 갖췄다. 요컨대 서울청년(주체), 과소로컬(범위), 특화창업(내용)의 아이디어다. 올해로 7년 차인데, 40개 로컬에서 222팀이 발굴됐다. 이 중 89%(192팀)가 사업 중이다. 누적참여는 1200명에 이른다. 지역연계 청년창업이 균형발전·인구문제에 부합되기에 넥스트로컬로 읽힌다. 폐광촌에서 어르신과 함께 만드는 쑥 약과(영월), 버려진 옛 대장간에 전통문화를 결합한 로컬문화라운지(문경) 운영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다중협력답게 멤버는 보강된다. 올해부터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참여하여 유망한 사업모델의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롯데카드·신세계 등 민간기업과 협업경험도 가시화된다. 롯데카드는 ‘띵샵’, 신세계는 ‘강남점 마켓’에 상품 입점 및 팝업 행사를 지원한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치창출에 꽤 매력적이다.
로컬재생·청년참여·행정기획의 삼두모델은 강력한 데자뷔를 갖는다. 지역부흥협력대(일본)나 아메리코(AmeriCorps·미국)처럼 효과 증빙의 선행사례 덕이다.
‘넥스트로컬’은 앞날이 밝다. 도시·농촌을 넘어 현대·전통, 청년·노년을 결합해 기존 불균형을 돌파할 효과성·확장성이 충분하다. 다양성 참여의 플랫폼이자 지역 기반 리빙랩이라 수많은 로컬복원의 대표선수이다. 필요한 건 업그레이드판이다. 국가적 차원의 확대도 고민해 볼만하다. 집중·과소의 미스매칭을 줄여줄 사회적 안전장치이자 경제적 사업기회의 입지보강을 위한 균형발전의 메뉴 확대와 상생사업의 멤버 보강, 즉 서울청년의 엉뚱하고 기발하며 실천적인 에너지를 다양하게 투입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은 저절로 확보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