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자 관리를 소홀히 해 도주의 빌미를 준 검찰 수사관에게 내려진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4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7월 벌금미납으로 지명수배됐다 검거된 B씨의 신병을 경찰로부터 인계받은 뒤 신체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B씨를 임시유치실에 인치했다. B씨는 휴대전화를 2대 소지하고 있었고 한 대의 휴대전화로 벌금을 전액 입금했다는 문자를 작성해 다른 휴대전화로 보냈다. 또 지인에게 연락해 벌금을 입금했다는 허위문자를 보내게 하고 A씨에게 이를 보여주며 벌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믿은 A씨는 B씨를 구치소로 호송하지 않았다. B씨가 송금 착오로 가상계좌에 벌금이 입금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함께 청사 밖 은행으로 나가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여성 수사관에게 B씨를 경계하는 업무를 시키고 카페에 가기도 했다. 그 사이 B씨는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 뒤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3월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과도한 처분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병관리 업무는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므로 성실하게 수행돼야 하며 직무태만은 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불성실한 업무 처리로 인해 검찰의 신병 업무 처리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되었는바,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검찰의 근무기강 확립 및 검찰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제고라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B씨는 형벌이 확정돼 형 집행 단계에 있는 사람이므로 수사 보안 유지를 위해 신체 등 검사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체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A씨의 주장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B씨와 성별이 달라 화장실 사용 등에 대한 상황 대처가 어려운 여성 수사관에게 신병 업무 대행을 맡기고 근무지를 이탈한 점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