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남자가 있다. 바로 KIA 최형우다. 1983년 12월생인 최형우는 만 41세 현역 최고령 타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타격 주요 지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역대 최초로 1700타점 고지를 넘어서는 등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줄부상에 신음하는 KIA를 이끌며 존재감까지 뽐낸 최형우는 자기 관리만 잘한다면 선수 생명을 오래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1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키움 선발 김윤하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아치를 그렸다. 시즌 14호 홈런. 전날까지 1698타점을 쌓았던 최형우는 이 3점포로 통산 1701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KBO리그 역사상 1700타점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1700타점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7명만 도달할 정도로 어려운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전설인 오 사다하루와 노무라 가쓰야 단 2명뿐이다. 아울러 최형우는 올 시즌 50타점을 기록해 SSG 최정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8시즌 연속 50타점을 찍었다.
최형우는 24일 기준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타점 1위와 최다 출장 3위(2252경기), 최다 홈런 4위(409개), 최다 2루타 1위(533개), 최다 루타 1위(4323루타),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5위(0.933) 등 엄청난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2025시즌 성적을 보면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이번 시즌 3할 타자가 단 5명에 불과한데, 최형우는 타율 0.327로 당당히 타격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홈런도 14개를 쳐 데이비슨(NC), 박동원(LG), 박병호(삼성) 등과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50타점은 공동 6위, 81안타는 공동 4위이고 OPS 1.018는 전체 1위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역시 3.37로 야수 중 3위다. 불혹을 넘긴 타자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최형우의 활약이 더욱 값진 건 무엇보다 KIA가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 주축 타자들이 잇따른 부상으로 이탈해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백업 선수들로 버텨야 했던 시기에 최형우는 이들을 독려하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최형우의 노련미도 돋보인다. 특히 최형우가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르고 있다는 건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인지 보여준다.
최형우의 시작은 초라했다. 2002년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삼성에 포수로 입단한 그는 1군 무대를 6경기만 밟은 뒤 2005년 방출됐다. 큰 아픔을 겪은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에 들어가 외야수로 변신한 뒤 타격에 눈을 떴다. 이를 눈여겨본 삼성이 2008년 다시 손을 내밀어 프로 무대에 복귀한 최형우는 늦깎이 신인왕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에는 홈런왕(30개), 2016년 타격왕(0.376)과 타점왕(144개)을 석권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이를 발판 삼아 2017시즌을 앞두고 역대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총액 100억원 시대를 열며 고향팀 KIA로 이적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3년 총액 47억원에 KIA와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나이가 들어도 기량이 식지 않은 최형우는 2024시즌을 앞두고 KIA와 맺은 비FA 다년 계약을 통해 1+1년, 최대 22억원에 사인하는 등 KIA에서만 지금까지 169억원을 받았다.
최형우와 KIA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현재 성적대로라면 KIA가 안 잡을 이유가 전혀 없다. 최형우로선 은퇴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세 번째 FA 대박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