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벌써부터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라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북한이 전쟁 당사국으로서 일정한 ‘지분’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북한은 러시아에 1만명이 훨씬 넘는 병력을 보내 쿠르스크 전선 등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레믈궁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크레믈궁에 따르면 푸틴은 김정은에게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러 정상회담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푸틴과 회담할 것을 제안했으며, 푸틴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미국의 49번째 주(州)인 알래스카는 1867년까지 제정 러시아 영토이던 것을 미국이 당시 돈 720만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크레믈궁에 따르면 푸틴과 김정은은 통화에서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우호·선린·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푸틴은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과 함께 해당 조약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양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동맹 조약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조약 체결 후 몇 달 만에 북한군 전투 부대가 러시아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손잡고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싸웠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州)를 공격해 땅 일부를 점령하자 북한 및 러시아 정부가 이를 ‘양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해 조약을 발동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현재까지 약 1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지난 5월까지 약 47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6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방북 당시 쿠르스크 지역 복구 작업을 위해 올해 안에 공병 1000명과 기타 건설 인력 5000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한편 크레믈궁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침략을 받은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를 해방하는 동안 북한이 제공한 지원과 북한군이 보여준 용기와 영웅심, 헌신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치른 엄청난 희생에 상응하는 확실한 보상의 제공을 굳게 다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북한 정권에게도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와의 교전으로 북한군이 큰 피해를 봤고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장병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푸틴이 김정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종전 협상의 일환인 미·러 정상회담에 관해 설명한 것도 그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일종의 교전 당사국으로 나름의 지분을 행사하려 들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러시아 첨단 무기 기술의 더 많은 북한 이전, 북한군 포로의 안전한 송환 보장 등이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