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우울증을 앓다 실종된 인천 지역 소방관 박모(30)씨가 20일 경기 시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일 인천 남동구에서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지 10일 만이다. 경찰이 구체적 경위를 조사할 예정인 가운데 참사 현장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소방관 20% 가까이가 불면증을, 자살생각의 경우 6% 정도 한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이날 낮 12시30분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서 박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10일 오전 2시30분쯤 요금소를 빠져나와 갓길에 차를 세운 뒤 자취를 감췄다. 박씨는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인 뒤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소방청이 지원하는 상담실을 찾거나 본인이 직접 병원을 가는 등 10여차례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 박씨와 같은 소방관 중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가 여럿 확인된다. 지난해 말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논문 ‘일 지역사회 소방공무원 정신건강상태, 정신건강지식,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건강사업 인식조사’(김민자·오은정·장경오)에 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154명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 경험을 조사한 결과 ‘수일간 지속된 불면’을 겪은 비율이 19.5%나 됐다. ‘생활에 불편함 줄 정도의 기분 변화’도 18.8%, ‘심각한 스트레스’도 16.9% 수준이었다. ‘자살생각’을 경험한 소방공무원도 5.8%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씨와 관련해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이제껏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재난, 대형사고 등으로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구조대원과 관계자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박씨 사건을 계기로 이태원 참사·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추가 상담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