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안보 의제의 핵심인 ‘동맹 현대화’ 관련해서는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를 원하는 미국과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천명해 온 한국 간 시각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하긴 어렵지만 미래형 전략화는 필요하다고 한 내용이 결국 한국이 생각하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성으로 파악된다. 이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시각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한·미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언급하며 “변화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동맹으로 발전하도록 긴밀히 협의·협력하는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동맹 현대화 논의에서 미국측 입장에 너무 끌려가거나 성급하게 대처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맥락 속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식 거래주의에 맞춰 주한미군 유연성과 조선 협력 등을 교환하는 것은 비대칭적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다. 유사시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의미인 주한미군 유연성의 개념에는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주한미군 지상군 축소 및 공군 위주로 가는 것, 순환 배치하는 것 등이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방산 협력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동맹 확장, 조선 협력 기회 창출 등”이라며 “이러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섣불리 이를 거래하듯이 가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동맹 현대화 명목 하에 주한미군 규모를 자꾸 줄여가는 것은 우리 안보에 있어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이라며 “원자력 협정 개정도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로 우리가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것이라도 받아내야 되는 그런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협정 관련 내용의 경우 현재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미국이 호응하도록 만드는게 당면한 목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은 “현 단계에서도 한국이 우라늄 농축 필요를 제기하면 고위급 위원회에서 20% 이내 농축을 할 수 있다고는 돼 있다”며 “미국이 이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인데, 이것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설득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원전 부강을 적극 후원하겠다는 식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협회장은 “미국도 (한국의 우라늄 농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핵 원료 수입하던 것을 전면적으로 안 하겠다고 하고 있고, 동맹국인 우리한테도 러시아에서 핵 연료 수입하는 것을 그만하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용할 핵 연료에 대한 공급 처리 다양화, 공급 방안 마련 등을 위해 농축 핵연료 구입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협회장은 “미국과 한국이 같이 농축 공장을 만들어 공동 활용하는 방안, 미국 내 농축 공장을 지을 때 우리가 지분을 확보한 다음 농축을 이용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며 “재처리는 우리가 개발한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을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계속 재활용하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원자력 협정 관련 사안에 대해 “(눈에 띄는 진전이 있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데 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파트너로서 역할을 기여함에 따라 국방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 수준으로 나올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K-원전 수출 건 역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한정된 항목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확답을 줄 단계라 보기엔 힘들고 방향성은 좋다는 정도일 것”이라고 봤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국제대학원장)는 “원자력 협정 개정이 쉬운 얘기는 아니니까 일단 화두로 던지되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 잠재력을 보유하는 길로 가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핵무장 얘기는 오히려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