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불체포특권에 숨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현행법상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진행될 예정이다.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한 절차 때문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이는 의정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회기가 아닐 때에는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아 과거 자당 의원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폐기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재적 의원 4분의1 이상의 요구만 있으면 임시국회를 쉽게 소집할 수 있는 헌법 규정을 악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 19대 국회 때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8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할 당시 입법로비 청탁과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던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 의원은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권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특검 수사를 겨냥해 “실로 부당한 정치 표적 수사”라면서도 “과거에도 내려놓았듯, 이번에도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실제 권 의원은 2018년 6월 회기 중이 아닐 때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임시국회를 열지 말아달라”고 여야 지도부에 요구했다. 여야가 합의해 임시국회 소집일을 늦췄고, 그 사이 권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이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회는 이달 6일부터 임시회에 돌입한 상태다. 즉, 권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더라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선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불체포특권은 자의로 포기가 불가능한 헌법상 제도여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권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여대야소 정국을 고려하면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회법 제26조2조에 따르면 법원은 영장 발부 전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1시20분 김건희 특검에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요구서는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로 제출된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정기국회 개원일은 내달 1일이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의 3일 중국 전승절 참석 일정 등으로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 뒤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 과반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 동의안이 가결된다. 가결 시 영장실질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부결 때는 법원이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권 의원이 그 대가로 통일교 현안 해결을 지원하거나 통일교 지도부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 관련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특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권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교인 수백명을 조직적으로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권 의원은 27일 특검에 출석해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