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하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중론으로 굳어지면서, 검찰개혁의 본래 취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기소 권한을 독점한 검찰의 독주를 막자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었지만, 이미 경찰을 관할하는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까지 설치되면 수사권력이 지나치게 경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개혁 역행’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1일 민주당 내부에선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안과 관련해 “토론이 불가능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청래 대표의 강한 개혁 의지에 힘입은 당내 강성파가 검찰청 폐지를 넘어 수사 기능을 법무부 산하에 남겨두지 않는 공세적 입법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당 현역 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검찰개혁의 세부 각론에 대해 신중론을 내비쳤다가 당내에서 뭇매를 맞았던 터다.
정 장관을 비롯해 당내 일각에서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공소기관으로서 검찰 존치,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 설치 필요성 등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지만 힘을 받지 못한다. 한 현역 의원은 “이런 의견을 말했다가는 찍히기 일쑤”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21대 국회 때 초선 모임인 ‘처럼회’가 강성파였다면, 22대 들어서는 의원들 전체가 사실상 처럼회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검찰개혁을 두고 당정 간 갈등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실은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YTN 라디오에서 “논쟁을 하라고 했더니 싸움을 거는 것”이라며 “사람을 거명해서 공격하는 방식은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민형배 검찰개혁특위 위원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정 장관을 겨눠 잇달아 “본분에 충실한지 우려된다”, “검찰 5적”이라고 날을 세운 데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중수청이 행안부로 갈 경우 소관 상임위가 될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중수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일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참석하는 당정협의회에서 중수청 문제를 다룬다.
한편 경찰은 쟁점 중 하나인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사실상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놨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정례간담회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전제 아래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또한 수사의 일환이기 때문에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일원화하는 게 맞다”며 “(보완수사 요구권은) 검찰이 기소를 위해 어느 부분을 보완수사해야 한다고 경찰에 요구하면 다시 추송(추가제출)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경찰권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 박 본부장은 “현재 경찰 수사는 검사 및 사건관계인에 의한 ‘10중 통제’ 프로세스가 내부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국회·국민권익위원회 등 다른 기관과 언론·변호인에 의한 견제·감시 같은 외부 통제장치도 계속 작동 중”이라고 반박했다.
박 본부장이 언급한 10중 통제란 수사 단계에서의 검찰의 영장청구권·사건기록 송부 요구·시정조치 요구, 경합사건 수사 시 검사 수사 우선권 보장, 송치 이후엔 보완수사 요구·검사의 독점적 기소권, 불송치 시엔 검사 사건 검토와 재수사 요청 등 절차를 가리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