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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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재대책’, 현장과 괴리 더는 안된다 [현장메모]

입력 : 2025-09-03 18:52:04
수정 : 2025-09-03 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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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고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 기계에 끼어 사망했을 때 서부발전을 제외한 4개 발전사는 전혀 경각심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잔인한 이야기지만 뒤에서 미소 지었을지 모르죠.”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상대평가인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한계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그는 당시 사고로 서부발전이 평가 최하위로 내려가 나머지 발전 4사가 반사이익을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종 업계 다른 사업장의 비극을 보며 반성하지 않는 건 특별히 그 사업장이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용균씨 이후 전국 발전소에서 10명이 사고로 숨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이지민 사회부 기자

제도가 엄연히 있지만 현실과 어긋난 지점들은 숱하게 많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안전관리중점기관으로 선정된 공공기관이 운영해야 하는 안전근로협의체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원·하청 노사 통합으로 운영하는 기구인데 고 김충현씨 사망사고가 난 서부발전에서는 1차 하청만 참여했다. 김씨가 속한 2차 하청은 배제됐다.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으로는 하청 노사가 참여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심의·의결 기구인데도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빈번한 배경이다. 타임오프제(노조 활동 시간을 사측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에 묶여 실질적인 참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일이 터지고 정부가 내놓는 방안이 결국 ‘대책을 위한 대책’인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이 현장에서 오작동한다는 비판이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취지와 달리 기업의 서류 부담만 늘려놓은 셈이 됐다.

 

정부가 곧 발표할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경제적 제재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는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 또 나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일례로 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이 부작용으로 꼽힌다.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 사측이 아니라 노동자가 먼저 제도를 없는 셈 칠 수 있다. 지금의 산재 공화국 오명을 불러온 ‘유명무실’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대재해가 집중된 소규모 작업장에 대한 대책이 지금까지 예고된 바로는 부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을 귀담아 이번에는 부디 제도와 현장 적용이 따로 노는 악순환의 고리를 정확히 겨냥한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