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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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최고기온 1도 오른 ‘물가 후폭풍’ 2년까지 간다”

입력 : 2025-09-08 14:01:00
수정 : 2025-09-08 16: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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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24개월 간 ​평균 0.055%포인트↑
2050년까지 연중 0.60%포인트 상승압력 전망
“농·축·수산업 안정성 높일 기후투자 확대해야”

하루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1도 오를 때 그 충격으로 소비자물가가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가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책 마련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 2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고랭지 배추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 최다강수량 상승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상당 기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연정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이다. 

 

보고서는 일 최고기온이 지난 30년간 월별 평균 기온에서 1도 높아질 때를 ‘고온충격’으로, 일 최대강수량이 10㎜ 증가할 때를 ‘강수충격’으로 보고 분석모형을 통해 각 상황이 CPI 상승률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고온충격과 강수충격은 발생 즉시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를 각각 0.056%포인트, 0.03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는 즉각적인 영향에 더해 중장기적으로도 물가에 압력을 가했다. 고온충격은 발생 후 24개월간 평균 0.055%포인트, 강수충격은 15개월간 평균 0.033%포인트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강수충격은 15개월 뒤 그 영향이 해소된 것과 달리 고온충격은 24개월이 지나도 상승압력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 과장은 “그간의 선행연구가 극한 기상현상이나 자연재해 영향을 물가에 대한 일시적 교란 요인으로 평가한 것과 차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화된 이상고온은 물가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연 과장은 “(고온충격 ‘발생’만을 계산한) 물가상승 압력은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소멸됐다”며 “날씨 변동성만으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기 어렵고 인플레이션 기대, 가격설정 메커니즘에 구조적인 변화가 야기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상승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100년경 일 최고기온이 42.2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 고온충격에 따른 CPI 상승압력은 2031∼2050년 중 평균 0.37∼0.60%포인트, 2051~2100년 중 0.73~0.97%포인트로 현재(0.32∼0.51%포인트)보다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 과장은 “이러한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부문의 생산성 및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 등 기후 적응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