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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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즐기는 트럼프 향해 워싱턴 시민들 “당신은 히틀러!”

입력 : 2025-09-10 14:49:49
수정 : 2025-09-10 14: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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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백악관 밖 고급 식당에서 측근과 만찬
백악관 대변인 “게, 새우, 스테이크 등 먹었다”
州방위군 투입 성과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돼

“워싱턴 DC에 자유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트럼프는 우리 시대의 히틀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백악관에서 벗어나 수도 워싱턴 DC 시내의 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으나, 그에게 비판적인 시위대와의 조우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트럼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스테이크가 포함된 값비싼 식사를 마친 뒤 유유히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시내에서 핵심 측근들과 만찬을 즐기기 위해 고급 식당 ‘조스’(Joe’s)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 블록가량 떨어진 최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조스’(Joe’s)라는 상호가 붙은 이 식당은 싱싱한 해산물과 쇠고기 으뜸 부위 스테이크, 바닷게 요리 등을 파는 곳으로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州)에 본점이 있다. 저녁 식사 기준으로 정식 스테이크 메뉴가 1인분에 109달러(약 15만원)쯤 된다.

 

트럼프와 함께 최고급 저녁 식사를 즐긴 핵심 측근은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그리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다. 레빗 대변인은 만찬 후 기자들에게 “오늘 메뉴는 게, 새우, 샐러드, 스테이크, 디저트 등이었다”고 메뉴까지 소개하는 친절함을 베풀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백악관 밖의 일반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만찬 행보도 지난 1월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첫 번째 외식으로 기록됐다. 재집권 후 8개월쯤 지나 국정 운영에 자신감이 붙고 그만큼 여유도 생겼음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사가 끝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관련 동영상에는 흥이 오른 밴스 부통령이 식당 내 다른 손님들과 악수를 나누며 “어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세요”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시내의 고급 식당 ‘조스’(Joe’s)에서 핵심 측근들과 만찬을 즐기는 동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이날 행사는 삼엄한 경계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먼저 식당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일행을 향해 시위대가 “워싱턴 DC에 자유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트럼프는 우리 시대의 히틀러다!” 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일부는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인 트럼프를 겨냥한 듯 팔레스타인 국기와 팔레스타인 지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 미국 행정부는 곧 뉴욕에서 열릴 유엔 총회를 앞두고 프랑스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대등한 독립 국가로 승인할 방침을 내비치자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그의 뉴욕 유엔 본부 방문을 봉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먼발치에서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고 AFP는 전했다. 우리 대통령 경호처에 해당하다는 미국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은 시민들이 트럼프 일행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세심하게 분리했다.

 

식사 시작에 앞서 트럼프는 백악관 취재 기자단에게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외식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안전하다”며 “이제 워싱턴 DC의 식당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번 외식 행사 자체가 주(州)방위군의 수도 투입 성과를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지난 8월11일을 기해 워싱턴에 ‘범죄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에게 “병사들을 시내에 배치해 치안을 확립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