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으로 임금 불평등이 개선될 수 있지만 자산 수익률 상승 효과 등에 따라 부의 불평등 정도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IMF는 최근 연구보고서 ‘AI 도입과 불평등’(AI adoption and inequality)’에서 AI 기술 도입이 임금·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특히 자동화 기술 도입 효과와 비교해 AI 도입의 특성을 구체화했다. 분석에는 2016~2020년 영국 가계의 금융자산과 소득 등을 분석한 자산·부(WAS) 조사가 활용됐다.
보고서는 AI 도입으로 △사람이 하던 업무를 대체하면서 생기는 임금 감소 △노동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임금 증가 △데이터 효율성 개선 등에 따른 자산 수익률의 상승 등의 예상된다며 각 항목별로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예상되는 임금 감소는 주로 고소득 노동자에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AI 기술과 관련성이 높은 직업군이 저소득 노동자보다 고소득 노동자에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 소득 상위 10% 노동자 중 AI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직종의 종사자는 약 60%에 달했지만 하위 10% 노동자는 15%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자동화 기술의 경우 단순 노무직 중심으로 일자리 위축 효과가 컸던 것과 대조된다. AI가 고소득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해 임금이 줄어들면 임금 불평등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1.7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AI 도입이 고소득층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 임금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AI가 데이터 효율성을 높여 자본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점도 고소득 노동자에 유리한 요소로 꼽혔다. 고소득 노동자일수록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자산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AI의 업무 대체에도 노동생산성 향상, 자산 수익률 증가 효과에 힘입어 부의 불평등 지니계수는 7.1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무 대체에 따른 임금 불평등 지니계수 완화 효과(-1.73%포인트)를 압도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AI는 노동시장을 교란해 임금 불평등을 줄이는 동시에 부유층 가계의 자본소득을 증가시켜 부의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AI 도입 확산을 성장률 반전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근 자산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기준으로 작성된 지니계수는 2011년 0.619에서 2017년 0.584까지 하락했지만 2018년부터는 5년 연속 상승했다.
다만 자본세 등을 활용한 불평등 완화 정책의 경우 AI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딜레마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과거 자동화보다 AI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지만 이는 생산성 혁신과 불평등을 모두 강화할 것”이라며 “AI는 정책 입안자에게 과거 기술보다 훨씬 더 뚜렷한 딜레마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AI 도입에 대응하는 재분배 정책의 효율성 효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지만 ‘최적 정책(optimal policy)’에 대한 완전한 분석은 향후 연구 과제로 남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