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대표 국정과제였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유력 유망구조 ‘대왕고래’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다만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해선 해외 투자자들이 입찰에 나서면서 프로젝트 전체 중단 위기는 일단 벗어나게 됐다.
석유공사는 21일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 입찰’ 결과를 발표하며 “향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7개의 유망구조 중 하나로, 경북 포항에서 직선거리 기준으로 동쪽 50㎞ 이내에 펼쳐져 있다. 윤석열정부는 미국 자문사 액트지오 분석 결과 대왕고래에 석유 환산 기준으로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2035년에는 석유와 가스를 생산에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올해 2월 약 1200억원을 들여 진행한 1차 대왕고래 구조 시추를 통해 취득한 시료를 미국 업체에 정밀분석을 의뢰했으며, 6개월(2∼8월)간 작업이 진행됐다. 석유공사는 “사암층(약 70m)과 덮개암(약 270m) 및 공극률(약 31%) 등에 대체적으로 양호한 지하구조 물성을 확인했으나 회수 가능한 가스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전체가 백지화되진 않을 전망이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다른 유망구조 투자유치 입찰에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참여하면서다.
석유공사는 19일 마감된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 입찰에서 해외 업체 두 곳 이상이 이번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며 입찰 제안서를 냈고, 국내 기업 중에선 응찰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입찰 참여사 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찰 참여 업체 수 등 구체적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윤석열표 치적 사업’이라는 대내외 논란을 의식해 자체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풍부한 심해 개발 경험을 가진 해외 오일 메이저의 협력을 받고자 최대 49%까지 지분 투자를 받는 것을 목표로 이번 입찰을 진행해왔다.
입찰에는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입찰 제안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BP는 당초 6월이었던 석유공사의 입찰 기한이 지난 19일로 3개월 연장됐을 당시 해당 연장 요청을 한 기업으로 거론되는 회사다. 각종 정치적 논란에도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이 정해지는 등 이재명정부에서도 사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참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엑손모빌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7월 석유공사가 첫 탐사시추를 앞두고 투자유치 설명회를 진행했을 때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석유공사를 접촉한 바 있다.
해외 투자사가 확정되면 해당 기업이 자금 조달 외에도 2차 탐사시추 위치 선정 등 전 과정에서 심해 개발을 주도한다. 우리나라는 심해 가스전 개발 경험이 없는 탓에 심해 가스전 경험이 많은 오일 메이저 업체의 참여가 사업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앞서 액트지오가 수행했던 물리탐사 해석 결과가 타당했는지 재검증하는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합작 투자가 결정되면 오일 메이저 기업이 사내 분석팀을 통해 유망구조를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은 51% 지분을 가진 석유공사가 과반 이익을 확보한다. 우리 정부는 이와 별개로 최대 33%의 조광료(해저광물을 채굴하는 권리에 대한 대가), 사업 참여 기업으로부터 ‘사이닝 보너스’(일회성 인센티브) 등을 받을 수 있다.
석유공사는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구체적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큰 잠재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이젠 정치가 아닌 경영과 기술 차원의 문제로 봤으면 좋겠다”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할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