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8위 HD현대그룹이 정기선(사진)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따라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8년 정계에 진출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7년 만이다. 정 신임 회장은 사업 효율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조선 계열사, 건설기계 계열사를 통합하는 사업 개편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그룹은 지난 17일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은 HD현대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11월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약 11개월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후 16년 만이고, 2021년 사장 승진 후 4년 만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것이다.
HD현대는 매년 11월쯤 사장단 인사를 했지만 올해에는 계열사 합병을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인사를 발표했다. 조선계열사 중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12월 통합 예정이다.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내년 1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도 합병한다.
이번 인사에서 정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대표도 맡아 최근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사업의 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부터 그룹 내 주요 현안을 직접 챙겨 왔다. 특히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함께 조선업 재건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HD현대 조선 중간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초부터 준비한 미국 진출 전략을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전환했다. 정 회장은 ‘마스가’ 성공을 비롯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