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5일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열며 본격적인 예산정국에 돌입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8% 증가한 7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예산안에 대해 확장적 재정 운용이 과도하다며 재정지출 증가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한편 회복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선순환성 재정 확대’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신중론과 경기 회복을 위한 확장론이 맞서는 가운데, 여당이 이재명정부의 역점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에 1조원 이상의 국비 투입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 간 예산 공방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2026년 대한민국의 재정정책은 경제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지속가능성의 경고선을 넘어서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2%, 최저임금 인상률 2.9%라는 안정된 물가 환경 속에서 8.7%의 예산증가는 명백히 정책적 과잉”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안정된 경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국가부채율은 이미 위험 수준”이라며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국가부채율은 100%를 이미 넘는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2026년 예산안을 ‘빚으로 만들어진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신정부의 예산안 편성에서 빚을 내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빚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정부 임기 내에 한국은 국가채무 비율 급증으로 인한 만성적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을 마중물로 투입해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설계 예산’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재정을 마중물로 사용해서 성장을 견인하고, 견인한 성장으로 인해 세입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설계가 이뤄졌다”며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기 부진, 양극화 심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진단했다. 이태석 KDI 선임연구원도 “8% 증액됐다고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대비로 보면 3% 증액된 셈인데 이는 중기성장률을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한 수준”이라며 “과도하다기보다는 충분한 규모의 확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이번 확장 재정은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침체한 경기 회복을 돕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며 청년과 지역, 산업과 기술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내는 전환의 재정”이라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내는 국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확장 예산을 편성함으로 인해 국가채무가 1425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채무 비율이) 51.6%까지 늘어나게 된다”며 “국제신용등급의 강등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과 행정안전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통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긴급 재해복구 예산을 확충하고, 이재명정부의 대표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에 국비 1조1500억원을 투입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예산·법률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중점 추진 법안을 논의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협의회 직후 “노후 장비 개선 예산이 1584억원 정도 잡혀 있는데, 국정자원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부처가 예산을 추계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해 증액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정은 현재 각 부처에 나뉘어 편성된 재해복구시스템(DR) 예산도 행안부로 일원화하고, 정보보호 인프라 확충 분야 예산도 정부안 대비 증액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정은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국비 1조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인구 감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에는 국비 지원 비율을 상향 적용할 방침이다. 행안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회의에 앞서 “극심한 소멸위기를 직면한 도농통합시 지역의 읍·면 지역에 대한 별도의 지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