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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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상습체납자 합동수색 실시해보니… 에르메스 가방 60점 은닉하고, 수억원 캐리어로 빼돌려

입력 : 2025-11-10 12:02:00
수정 : 2025-11-10 13: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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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지 않아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양도대금이 은행 대출금 변제에 사용된 사실은 확인됐지만,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이 고액이었고 사용처 역시 불분명했다. 게다가 A씨와 A씨의 배우자 모두 소득이 없었음에도 고액의 소송비용, 자녀 해외유학 자금·체류비용을 지불하는 등 재산은닉 혐의가 농후했다. 이에 국세청은 광역지자체와 함께 A씨 실거주지를 확정한 뒤 탐문에 나서 현금, 순금 10돈, 미술품 4점, 명품 에르메스 가방 60점 등 총 9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하는 데 성공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서울시, 경기도 등 7개 광역지자체와 공조해 재산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합동수색을 실시한 결과 총 18억원 상당을 압류했다고 10일 밝혔다. 압류 물품에는 현금 5억원 상당, 에르메스 등 명품가방 수십여점, 순금 등이 포함됐다.

박해영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합동수색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합동수색은 고액·상습체납자 중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체납한 자로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체납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합동수색반은 국세청의 재산은닉 혐의정보와 지자체의 폐쇄회로(CC)TV, 공동주택 관리정보 등 현장정보를 공유해 수색대상자·수색장소를 확정했고, 잠복·탐문 및 현장수색 등을 거쳐 수색에 나섰다.

 

주요 사례를 보면, 배우자를 시켜 몰래 거액의 현금을 빼돌리거나 고가주택에서 수백만원의 월세를 납부하는 등 호화생활을 지속하면서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악의적인 체납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결제 대행업을 하는 법인 대표이사 B씨의 경우 수수료 수입 유출 혐의로 종합소득세가 부과됐지만 이를 납부하지 않고 수억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금융거래를 파악해보니 사용처가 불분명한 현금을 상당 규모로 인출했고, 소득대비 소비지출이 과다하게 나타나는 등 재산은닉 혐의가 짙었다. 이에 합동수색반은 B씨의 주소지 인근에서 잠복·탐문해 주소지인 고가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것을 확인한 뒤 합동수색에 나서 현금 1000만원, 고가시계 2점 등을 압류했다. 그런데 합동수색에 대한 B씨의 태도가 태연했고, 현금도 예상보다 적은 점을 수상히 여긴 합동수색반은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 다시 잠복 후 주변 CCTV를 파악하기로 했다. 실제 합동수색반이 여러 CCTV 관제센터를 방문해 살펴보니 B씨의 배우자가 재산을 여행가방에 몰래 숨겨 옮긴 정황이 나왔고, 2차 합동수색 끝에 현금 4억원과 고가시계 2점 등 총 5억원 상당을 압류할 수 있었다.

 

컴퓨터 보안서비스업을 했던 C씨는 수수료 수입을 장기간 본인 명의 계좌로 받았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C씨는 법인 수입액 유출 혐의로 부과된 종합소득세와 법인 폐업 후 발생한 수수료 수입에 대해 미등록 사업으로 부과된 부가가치세 및 종소세를 납부하지 않는 등 수십억원을 체납했다. C씨는 뚜렷한 소득내역이 없었지만 월세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주택에 거주하고, 매년 소비지출액이 수억원 이상 달할 정도로 호화생활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합동수색반은 C씨의 주소지를 탐문해 명품가방 6점, 귀금속 12점, 고가 의류 등 총 41점, 5000만원 상당을 압류하는 데 성공했다.

 

국세청은 이번 합동수색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관계기관과 과세정보 및 노하우 공유, 합동수색 등 공동 대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11월 중 고액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을 출범시켜 체납 발생 즉시 실태확인→추적조사→징수 전 과정을 논스톱으로 진행해서 재산을 은닉하기 전에 철저히 징수하겠다”면서 “내년에는 국세 체납관리단을 신설해 악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체납자는 강력 대응 하고, 생계곤란형 체납자는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