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는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에서도 가장 오염도가 높은 도시로 손꼽힌다. 이런 뉴델리의 시민들이 참다 못해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대기오염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마스크를 착용한 수십명의 시위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와 “숨 쉬는 게 그립다”등이 쓰인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아들과 함께 이번 시위에 참여한 남라타 야다브는 AFP에 “오늘은 어머니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기후 난민이 되고 싶지 않아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변호사 탄비 쿠숨는 “해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만 해결책이 없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는 결국 경찰의 제지로 인해 끝났다. 인도 경찰은 사전에 집회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시위대를 연행했고, 손팻말과 현수막도 압수했다.
인도에서는 노후 차량을 비롯해 석탄 화력 발전소와 공장 등지에서 발생하는 매연이 많고 농촌에서도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해 대기오염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스위스 공기 질 분석업체인 아이큐에어(IQAIR)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 전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뉴델리는 지난해 전 세계 수도 가운데 대기질이 가장 나쁜 곳으로 꼽혔다. 뉴델리의 지난해 연평균 PM2.5 농도는 91.6㎍/㎥를 기록해 WHO 권고 기준인 5㎍/㎥보다 18배 수준으로 높았다. 시위가 벌어진 이날 시위 장소인 ‘인디아게이트’ 주변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일일 한도의 13배를 넘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지속해서 발생 중이다. 영국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랜싯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에서 발생한 사망자 가운데 380만명이 대기오염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도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노후 차량에 연료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인공강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