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기업 행위가 8000개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징역과 벌금은 물론, 과징금과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는 중복제재 구조가 기업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업 활동과 관련된 21개 부처 소관 346개 법률에서 총 8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중 전체의 91.6%인 7698개 행위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 위반자뿐 아니라 법인도 동시에 처벌할 수 있었다.
한경협은 경제 관련법 상당수가 경미한 행정 위반에도 즉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점포 앞에 테라스를 만들고 고객 편의를 위해 가벼운 천막 지붕을 씌워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무허가 증축’으로 고발당해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지고, 도매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라벨이 훼손된 화장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최대 3년의 징역형이 부과되는 식이다.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기업이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제출할 때도 단순 착오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은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원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한경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는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등 중대한 경제범죄에만 형사처벌을 적용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단순 행정의무 위반까지 형벌로 규율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한경협 분석 결과 전체 처벌 항목의 평균 징역 기간은 4.1년, 평균 벌금 액수는 6373만원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