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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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새 대통령 취임 일성은 “북아일랜드 방문 희망”

입력 : 2025-11-12 09:32:44
수정 : 2025-11-12 09: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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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널리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북아일랜드 갈 것”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대화 촉진에 무게
‘IRA 후손’ 북아일랜드 총리도 코널리 취임식 참석

아일랜드 새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첫 방문지로 북(北)아일랜드를 지목했다. 아일랜드 섬 대부분은 아일랜드 공화국 영토이지만 섬의 북쪽 일부는 영국령으로 남아 있는데, 이를 ‘북아일랜드’라고 부른다. 아일랜드의 대통령 교체가 ‘아일랜드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캐서린 코널리 신임 아일랜드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

1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캐서린 코널리(68) 신임 아일랜드 대통령이 이날 수도 더블린을 대표하는 명소 더블린성(城)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히긴 하지만 국가원수로서 의례적·상징적 역할에 그치고, 실권은 의회 다수파가 선출한 총리와 그가 이끄는 내각에 있다. 대통령 임기는 7년으로 재선에 성공하면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코널리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냉전 종식 이후 아일랜드는 지각 변동과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북아일랜드를 방문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아일랜드 섬 전역에 걸쳐 포용적인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4일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코널리 대통령은 임기 중 아일랜드 국경 재조정 및 아일랜드 통일에 관한 주민 투표 실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비록 정파성이 옅은 무소속 정치인이긴 하지만 코널리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 좌파 그리고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들의 지원을 받은 만큼 그의 등장이 아일랜드·영국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캐서린 코널리 신임 아일랜드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평화주의 노선을 지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 동맹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모병제로 운영되는 아일랜드군은 병력이 1만명도 채 안 될 만큼 규모가 작다. EPA연합뉴스

아일랜드는 과거 수백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민족주의자들이 처절한 항쟁을 벌인 끝에 20세기 들어 독립국이 되긴 했으나 아일랜드 섬의 북부는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이를 ‘불완전한 독립’으로 규정한 민족주의자들은 오랫동안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하나로 합치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같은 단체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영국 왕실 및 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테러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98년 북아일랜드 수도에 해당하는 벨파스트에서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 간에 벨파스트 협정(일명 ‘성 금요일 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이 협정은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직접 통치 중단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 수립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주민들의 자유로운 교류 보장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IRA도 기존의 폭력 투쟁 노선을 접고 무장을 해제한 뒤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를 지지하는 길을 택했다.

 

영국령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의 미셸 오닐 총리(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캐서린 코널리 신임 아일랜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곧 브렉시트가 이뤄지며 아일랜드 섬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간에 장벽이 생긴 탓이다. 애초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북아일랜드에서 다시 득세하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24년에는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소속이자 IRA 조직원의 후손인 미셸 오닐(48)이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 총리로 취임하기도 했다. 신페인당은 이번 아일랜드 대선에서 코널리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으며, 오닐 총리는 이날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