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 운영의 선택지를 바꾸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버거킹 모기업의 중국 내 사업 지분 매각은 단순 투자 거래로만 보기는 어렵다.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신호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기업이 전략적으로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선택일 가능성도 있어서다.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서 밀려나는 것일까, 아니면 전략적으로 발을 빼는 과정일까. 이번 사례는 이러한 물음을 제기한다.
3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 투자와 함께 버거킹의 중국 내 사업 지분 83%를 인수한 중국계 사모펀드 CPE 위안펑은 현재 1250개인 매장 개수를 2035년까지 40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매출 목표를 넘어 중국 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운영권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매장 규모가 커질수록 메뉴 개발, 배달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데이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지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본사의 직접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버거킹 모기업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BI)은 이번 계약으로 중국 사업 지분 17%만 보유하게 됐다. 이름은 여전히 미국 브랜드이지만, 중국 내 매장 운영, 인력, 유통망은 현지 자본의 손에 들어간 구조다.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는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고,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선택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단순히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구조 재편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버거킹은 2005년 중국에 첫 매장을 연 이후, 2012년 사모펀드와 합자 계약을 맺었지만 상대적으로 맥도날드·KFC보다 성장 속도는 더뎠다고 평가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중국 내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본사가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고 현지 자본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재편한 것으로도 볼 수는 있다.
CPE 위안펑의 향후 10년간 4000개로의 매장 확대 계획은 맥도날드·KFC 등 경쟁사와 직접 맞서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부담을 줄이고 현지 파트너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대규모 매장은 소비 데이터 확보, 메뉴 실험, 배달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실험장이 될 수 있는데, 다만 이 과정에서 본사의 의사결정권은 부분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중국 자본이 브랜드 운영권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주지만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7년 맥도날드가 중국 본토와 홍콩 사업 지분 80%를 CITIC 컨소시엄에 매각했던 것처럼 글로벌 기업은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버거킹 중국 사업 지분 매각은 중국 자본 영향력 확대라는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글로벌 본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현지 협력 모델일 수도 있다”며 “향후 글로벌 브랜드의 핵심 전략과 의사결정권이 어느 정도까지 중국 자본으로 넘어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버거킹’ 브랜드 경험은 당장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례는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시장 내 위치 재조정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버거킹의 붉은색·노란색 간판이 중국 오성홍기 색과 겹친다는 상징적 해석까지 내놓는다. 산업 전반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주권이 중국 자본에 의해 점차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는 패스트푸드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류, 전자제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중국 자본과 현지 협력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의 전략적 운영 구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버거킹이 중국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발을 빼는 것인지 아니면 밀려나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향후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시장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