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채석장의 손 [詩의 뜨락]

입력 : 2025-11-15 06:00:00
수정 : 2025-11-13 19:37:32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신미나

운명이 

알코올 솜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어요

그때부터 어린 여자들이 사라졌어요

 

신이 공들여 조각하다 말고

고속도로 갓길에

깨뜨려버린 토르소

 

빛나는 파편을 주우려다

손가락을 베었죠

그게 인생인 줄 몰랐어요

 

-시집 ‘백장미의 창백’(문학동네) 수록

 

●신미나

△1978년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