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처리를 두고 금융당국 사이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방식을 국제회계기준(IFRS17) 원칙에 맞게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신중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이달 초 금감원에 삼성생명 일탈회계와 관련한 질의서를 제출했다. 협회 측은 이 질의서에 현행 일탈회계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회계기준상 당국의 금지 등 조치가 있을 경우에 회계 처리를 변경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변경할 만한 환경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이 만약 현행 방식을 금지한다면,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삼성생명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 개별 회사가 아닌 협회가 대표로 질의하고 금감원이 회계처리 기준을 공식적으로 회신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 질의회신 형태로 이번 사안을 결론 내릴 계획이다. 회신 절차는 회계감독국 실무 검토를 거쳐 외부 전문가 9명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이찬진 금감원 원장이 취임 후 삼성생명 회계처리 정상화를 강조했고 업계에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IFRS17 원칙에 맞춘 정비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융위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삼성생명 회계 문제를 두고 “원칙에 따라 정비해야 한다”면서도 “전문가나 이해관계인,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그는 9월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보험업계 회계처리 문제는 입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최근 ‘생보사 일탈회계 간담회’를 추진하다가 금감원의 회계기준 권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현재는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판매한 유배당 보험 상품의 운용자산으로 해당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을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해왔는데 2023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IFRS17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 계획이 없을 경우 해당 항목은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기존 회계처리와 다른 측면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예외적으로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를 허용했다.
올해 2월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율이 10.8%로 올랐다. 그 결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의 한도(지분 10%)를 넘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일각에서 해당 항목을 ‘보험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