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연구 목적으로 소액 매입된 비트코인이 ‘1000배의 수익’을 낳는 자산으로 돌아왔다.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의 기술 및 신재생에너지 연구소(ITER)가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 97개를 매각하며, 약 1만달러(당시 1300만원)에 불과했던 투자금이 135억원(1000만달러)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2012년 당시 ITER는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이 거래될 수 있는가’를 실험하기 위해 소규모 매입을 진행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단순한 기술 연구용 실험이 ‘1000배 수익의 자산화’로 이어졌다.
◆“기술적 호기심이 만든 1000배 수익”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TER의 비트코인 매입은 애초부터 투자 목적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은 마니아 커뮤니티에서만 회자되는 ‘디지털 장난감’ 수준이었다.
연구소는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원장 개념과 신뢰성 검증을 위해 일부 자산을 직접 거래하고 보유하기로 했다.
그 결정이 13년 뒤 경제적 사건으로 돌아왔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번 사례는 기술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투자가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단기적인 투기가 아닌 장기 보유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군과 다른 수익 구조를 가졌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2년 개당 약 13달러에서 현재(11월 기준) 약 10만달러 안팎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평균 상승률은 150%에 불과하다.
◆“블록체인 실험, 금융 인프라로 진화”…13년의 시간차 투자 효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단순한 투자 성공담이 아닌 기술이 자산으로 변한 상징적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2012년 당시 비트코인은 실험적 코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금융 인프라의 한 축이 되었다”며 “ITER 사례는 기술 연구가 곧 미래 자산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13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가치를 유지한 비트코인은 기술적 신뢰를 경제적 신뢰로 전환시킨 첫 번째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술 기반 자산화’는 향후 △인공지능(AI) △탈중앙금융(DeFi) △디지털 증권(토큰 증권)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ITER의 이번 매각은 유럽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공공기관이 직접 가상자산을 매각한 것은 법적, 회계적 해석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Markets in Crypto Assets)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ITER의 매각은 공공기관의 디지털 자산 관리 기준을 새롭게 정의할 사건”이라며 “투명한 회계처리와 법적 절차 확보는 향후 유럽 내 다른 기관들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iCA 시행 이후 첫 대형 공공 매각”이라며 “이번 사례는 ‘정책과 기술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장기 보유의 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ITER의 매각이 ‘심리적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전문가는 “공공기관의 매각은 차익 실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동시에 ‘장기 보유의 힘’을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TER의 사례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닌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인내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관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금융 뉴스가 아니다.
‘가상’이라 불리던 비트코인이 이제는 공공기관의 자산으로 회계 처리되고, 매각을 통해 실질적인 부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기술과 사회의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순간을 상징한다.
13년 전엔 ‘가상’이던 것이 지금은 ‘현실의 부’를 만든 셈이다. 디지털 신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ITER의 97개 비트코인은 단순히 1000배의 수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이 자산이 되는 시대의 서막이자,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신뢰가 실질적 가치로 전환된 첫 상징이다.
13년 전의 실험이 만든 이 거대한 수익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의 기술을 실험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