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지만, ‘고환율’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작 고환율로 비용 역시 늘어나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9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5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성장했고, 선박(135.8%), 석유제품(11.7%), 유선통신기기(37.4%)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수출이 증가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일부는 하락한 원화가치로 인한 착시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 균형 이탈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16일부터 이달 11일 달러인덱스가 96.6에서 99.7로 약 3.1% 올랐는데, 환율은 두 배인 6.1%나 뛰었다. 변동률이 엔·달러(4.6%), 달러·유로(-1.7%), 위안·달러(0.1%)보다도 컸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랐던 셈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원자재 구매에 더 큰 비용이 필요해 마진이 악화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환율에 따라 지난달 수입물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원재료 수입 가격은 전달에 비해 원유 등 광산품(-0.9%)을 중심으로 0.6% 내렸다. 다만 중간재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9.7%), 1차금속제품(5.7%) 등이 오르면서 3.8%나 뛰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3%, 1.7%씩 상승했다. 특히 암모니아(15.2%), 동정련품(10.3%), 기타귀금속정련품(15.7%), 인쇄회로기판(8.3%), 이차전지(4.7%)의 상승 폭이 컸다.
실제로 최근 수출 호조에도 기업들의 내년 수출 채산성 전망은 어둡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6년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수출 기업의 95.3%가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77.3%)하거나 악화(18.0%)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1.1%)도 포함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액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다만 이는 반도체나 자동차 등 업계 호황의 영향일 뿐 대부분 중소기업의 수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