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분리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물가, 보험료 상승, 제프리 엡스타인 게이트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면서 자신의 중간선거 생존을 의식해 독자 행보를 선택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생존 위해…트럼프와 분리”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엡스타인 문서 공개) 법안을 지지한 것은 공화당 의원들이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트럼프 임기 이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고 짚었다. 셧다운 사태 동안 필리버스터 기준 완화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 옵션’ 요구에 상원 공화당이 굴복하지 않은 점,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장악력을 고착시키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하원 선거구 재조정 시도에 대해 일부 주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 등도 거론된다. 공화당은 이달 초 몇 개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참패를 당한 바 있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이 겪는 레임덕보다 더 이르게 장악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 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은 “만약 이런 현상이 안 일어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례적일 것”이라며 “중간선거와 그 이후가 가까워질수록 모든 의원이 자기 주와 자신의 지역구 정치 환경을 더 중시하게 되고 독자성을 더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켄터키 하원의원도 ABC ‘디스위크’에서 엡스타인 문서 공개 법안을 강행한 자신의 선택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보다 더 오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서 자신들을 “소아성애자를 보호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만드는 위험한 상황에 끌려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경제와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공화당 의원들은 그를 무조건 따르려는 의지를 잃게 될 것”이라며 “각 주의 후보 등록 시기가 지나 트럼프의 ‘경선 도전자 지원’ 위협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흐름은 더 빠르게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강보험·물가·엡스타인 ‘뇌관’
향후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난관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예정된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 논의는 주목할 요소다. 셧다운이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약속 없이 끝났지만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취약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은 폭등하는 보험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우려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어떤 형태로든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커피, 오렌지주스 등 식품류 관세를 없앴다. 공개가 결정된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된 혼란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분리되는 현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검토나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마약 밀매 조직이라고 주장하는 대상에 치명타를 가하는 보트 공습을 계속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은 과거 백악관이 일관되게 저지하려 했던 강력한 러시아 제재 법안에도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환급 수표를 의회 승인 없이 발송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공화당 의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에 우려를 드러내는 공화당 의원들도 늘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군인들에게 “불법 명령을 따를 필요 없다”고 한 영상을 제작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그들을 반역죄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천만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의 충성 덕분에 공화당에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표결이나 접전 상황에서는 여전히 핵심 지지층을 등에 업은 그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