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관련 인프라 투자에 수백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초거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450조원 이상, 대만 TSMC는 반도체 제조 팹 건설에 223조원을 투입하는 등 AI 최전선에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승자독식’인 AI 시대에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행보다. 한국도 ‘AI 종속국’이 아닌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정부·기업이 투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AI 주도권 쟁탈전은 국가 간 패권 경쟁 양상으로 격화하고 있다. ‘AI 3강’을 노리는 한국도 하루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AI ‘게임의 룰’이 기술과 인재를 넘어 자본이 핵심 경쟁요소가 됨에 따라 한국 또한 ‘쩐의 전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의·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각국의 AI 투자 규모에 대해 “‘이게 말이 되나’라는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 1000억불쯤의 숫자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은 거의 2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오픈 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2028년까지 4년간 약 450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10GW급 AI 데이터센터 5개를 개발하는 계획으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MGX(마이크로소프트 AI 투자 법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만 TSMC도 미국 반도체 제조 팹 건설에 약 223조원을 들이붓고 있다. 인텔은 유럽에 112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가공·연구개발(R&D)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려 한다.
구글·메타·아마존 등 빅테크들의 AI 관련 투자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JP모건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아마존·구글 등 AI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충족하려면 최소 5조달러 수준의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일본도 동참했다. 일본 반도체 산업 재건을 목적으로 2022년 설립된 정부·민관 합작 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30년까지 2나노(㎚) 양산라인 완공과 운영에 약 45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 주도로 로봇·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키워온 중국은 기술 경쟁에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양회에서 통과된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4조위안(약 824조원) 가까이 된다.
이같은 각국의 ‘AI 쟁탈전’에서 한국이 밀려나지 않으려면 투자 규모·속도를 키울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 하나 짓는데 70조원”이라며 “미국과 중국은 100GW쯤 짓는데 한국은 몇 개 지을 수 있겠는가. 10GW라도 하려면 700조원이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 비용까지 합치면 투자금은 두 배로 늘어난다.
AI,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글로벌 ‘체급’ 경쟁을 하려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은 “150조원도 부족하다”며 “그건 1호 펀드고, 2호, 3호, 4호를 계속 만드셔야 된다. 집중화된 자금과 계획을 만들지 못하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