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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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화재 ‘人災’ 결론… “작업자 과실이 원인”

입력 : 2025-11-26 06:00:00
수정 : 2025-11-25 21: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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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원장 등 19명 무더기 입건

전원 차단 않고 배터리 이전 확인
불법 하도급·재하도급도 드러나
정부 전산망 13개 시스템 미복구

지난 9월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작업자들의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자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전원 차단과 절연 작업 등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이재용 국정자원장을 포함해 공사 업체 관계자 등 19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올해 9월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대구센터로 이전한 시스템을 제외하고 이 화재로 마비됐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49일이 걸렸다. 대전=연합뉴스

대전경찰청은 25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이 원장과 국정자원 담당자 3명, 시공업체 현장 소장과 작업자, 책임 감리, 현장 작업자 등 9명을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와 하도급 형식으로 실제 공사를 진행한 업체 등 6개 업체 대표와 이사, 팀장 등 10명을 전기공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재하도급을 받아 실제 공사를 진행한 업체 대표 1명은 업무상실화 혐의도 받고 있다.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스템에 연결된 배터리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UPS 본체 전원 차단 후, 연결된 각각의 배터리 랙(1∼8번) 상단 컨트롤박스(BPU)의 전원도 모두 차단한 후 작업해야 하지만 당시 UPS 본체 전원과 1번 랙 전원만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PU에 부착한 전선을 분리해 절연 작업을 했어야 하나 이 작업 역시 하지 않고 이설 작업에 들어갔다. 화재는 4번 랙 작업을 마치고 5번 랙 작업을 하던 도중 발생했다.

 

조대현 형사기동대장은 “당시 이설 작업을 하기 전 관리자가 작업 절차를 설명했으나 작업을 위해 지하에 사다리를 가지러 가 관련 내용을 듣지 못한 작업자 2명이 전원 차단과 절연 작업을 하지 않고 작업하면서 화재가 났다”고 말했다.

조대현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25일 대전청 1층 기자실에서 국정자원 화재 원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경찰이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조 대장은 “배터리 충전율을 30 이하로 낮춘 다음 작업해야 하는 규정은 있지만 발화 원인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사고 당시 작업에 참여한 작업자는 조달청에서 낙찰받은 업체가 아닌 모두 다른 업체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공사법상 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예외적인 경우 미리 발주처에 알려야 하지만 이번 작업에선 불법 하도급과 재하도급까지 이뤄졌다.

 

공동이행방식으로 조달청 공사를 수주한 대전 지역 A업체와 광주광역시 업체인 B업체는 C업체에 일괄 하도급을 줬고, C업체는 자사 직원 2명을 일시적으로 퇴사시킨 후 공사를 수주한 A업체 직원으로 위장 입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C업체는 일부 작업을 D·E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다. A·B업체는 30억원에 공사를 수주했으나 C업체와는 19억원에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약정서를 체결했다. 국정자원은 하도급 여부를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조 대장은 “입건한 피의자들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6일 대전 국정자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한 불로 정부 전산망 647개 중 436개(국민 이용 서비스)와 211개(공무원 내부망)가 전소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 대구센터로 이전·복구하는 13개 시스템을 제외한 대전 본원 행정정보시스템 복구를 마쳤다.

 

다만 공무원들이 정책·업무 자료를 보관해 온 ‘G-드라이브’는 화재로 전소됐지만 백업본이 없어 데이터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정책 자료 대부분을 G-드라이브에 저장해 온 인사혁신처는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