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공분양주택 2만9000호를 분양한다. ‘9·7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보다 2000호 늘어난 것으로, 판교 신도시 전체 규모와 맞먹는 공급량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인천도시공사(iH)는 26일 2026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총 2만9000호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만9000호는 최근 5년간 수도권 평균 분양 물량(1만2000호)의 약 2.3배로, 4개 공사의 올해 분양 물량(2만2000호)보다 32.2% 증가한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는 고덕강일 3블록(1305호)이 유일하다. 인천은 3600호, 경기는 2만8000호가 공급된다. 3기 신도시는 △고양창릉 3887호 △남양주왕숙 1668호 △인천계양 1290호, 2기 신도시는 △수원광교 600호 △평택고덕 5134호 △화성동탄2 473호 등이 포함됐다.
내년 공급 물량 상당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광역도로망 등 교통 인프라 접근성이 좋고 직주근접 실현이 가능해 정주여건이 우수한 입지에 조성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비주택용지 용도전환’을 통한 주택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9·7 대책에서 장기간 활용되지 않거나 과도하게 계획된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도입 전 우선 추진 물량으로 1만5000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LH는 우선 추진 물량 중 28%인 4100호의 공급을 위해 유보지 등 비주택용지의 용도 조정방안을 담은 관련 계획 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조정대상 입지는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455호), 2기 신도시 파주운정3(3200호), 중소택지 수원당수(490호)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도전환을 통한 주택 공급은 매우 많은 물량이 우수 입지에 공급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유휴부지를 찾는 것보다 더 빠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신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집값 안정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역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용도전환 역시 정부의 ‘공급 총력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당장 집값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도 “당장의 입주 현실화가 아닌 분양 계획인 만큼 수도권 집값 안정과 전·월세 물량의 단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공분양주택의 한계와 이번 분양 계획 중 서울 물량은 5% 미만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분양은 소득과 자산 기준이 있는 특별공급이 75%로 절대적이고, 일반공급은 25%에 불과하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