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플랫폼 1위’ 네이버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품게 됐다. 이로써 네이버는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광고와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네이버가 기업가치 20조원의 ‘초대형 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미래사업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네이버-두나무 교환비율 1대2.54
27일 정보통신(IT)·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네이버파이낸셜이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합병목적을 설명했다.
합병방식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1주당 두나무 보통주 2.5422618주를 배정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두나무는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다만 합병절차는 내년 6월30일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상법상 합병이 성사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두나무의 경우 송치형 회장(25.53%)과 김형년 부회장(13.11%) 등 경영진 외에도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4%) 등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에 양사는 내년 5월22일 각각 주총을 열 계획이다.
일각에선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및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규제가 리스크로 거론되지만, 양사 모두 전통 금융업자가 아닌 만큼 합병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89.21%를 보유한 자회사로, 현재 서비스 중인 네이버페이의 연간 결제액은 80조원대에 이른다. 2012년 설립한 두나무는 업비트와 증권거래 정보 플랫폼 증권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업계 최초로 한국경제인협회에 가입했고,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눈은 네이버와 두나무가 낼 시너지에 쏠린다. 기업가치 5조원에 달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15조원 규모의 두나무가 결합하면서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글로벌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두나무 블록체인 플랫폼인 기와체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네이버페이에서 결제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나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네이버페이에 연동하고, (네이버페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실물 결제 활용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원화기반 스테이블 코인 사업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과거 인수한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을 통해 2018년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에브리바디즈 비트코인’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이를 라쿠텐 월렛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쇼핑과 가상자산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낸 선례가 있다.
이번 양사의 합병은 글로벌 금융플랫폼으로 도약을 원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금가분리’에 막혀 신사업 진출을 고심하던 송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인공지능(AI) 사업에 공을 들이는 등 전통적인 수익사업에서 넘어선 신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내 왔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네이버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며 규제 리스크 해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조율이 필수적인데 제도권 기업으로 오랜 기간 인정받은 네이버가 신뢰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사가 결합한 이후 상장과 관련해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나스닥 상장 추진이다. 송 회장이 네이버에 본인의 최대주주 의결권을 위임한 만큼 향후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가치를 올리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네이버가 이미 코스피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이나 두나무가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중복상장 논란이 불가피하다.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이력도 있다.
양사는 27일 오전 9시30분 네이버 사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이후 사업 전략을 직접 밝힌다.
◆기업 체감경기 13개월 만에 최고
이달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소비 심리 개선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계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대기업과 수출 기업 위주로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 내수 기업 심리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90.6)보다 1.5포인트 오른 92.1로 집계됐다. 한 달 만의 반등으로, 계엄 전인 지난해 10월(92.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4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CBSI가 92.7로 전월(92.4)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업황(+0.4)과 제품 재고(+1.1), 생산(+0.2)이 상승 요인이다. 비제조업 CBSI도 91.8로 전월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자금 사정(+1.0), 채산성(+1.0)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영업 일수가 (10월보다) 늘어난 가운데 반도체 호황으로 제조업이 상승하고, 비제조업도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도소매업 중심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표정도 대조적이었다. 대기업은 95.8로 전월(95.1) 대비 0.7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89.2에서 88.7로 0.5포인트 하락해 격차가 벌어졌다. 수출기업도 96.8에서 98.3으로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내수기업은 90.3에서 89.6으로 0.7포인트 줄었다.
이 팀장은 “환율이 오르면서 기타 기계 장비 등 일부 업종의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전산업 지수가 장기평균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아직 좋은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