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탑재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위성 13기는 우주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부탑재위성 12기를 포함한 종합 교신·성능 등 결과는 추후 발표한다. 위성들은 우주를 돌면서 우주 현상을 관측하거나 바이오·교통·우주항법 기술 등의 실증을 진행한다.
2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주탑재위성이다. 태양 빛을 일정한 방향으로 받는 태양동기궤도를 돌면서 지구 오로라와 대기광, 자기장 등 우주 환경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았다. 예컨대 태양 폭발로 입자 폭풍이 일어나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와 전력망 등이 교란될 수 있다. 이런 우주 현상을 위성이 미리 감지해 대비할 수 있다는 게 항우연 설명이다.
벤처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은 초소형위성(큐브위성) 12기를 우주로 올렸다. 이들은 큐브위성을 활용해 ‘우주 헤리티지’를 쌓고자 한다. 우주 헤리티지는 실제 우주 환경에서 기술이나 제품을 실증한 경험을 의미한다. 실패 위험이 높은 우주에서 실증 경험을 쌓을수록 기술력을 고도화할 수 있고, 이를 상업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국산 발사체 누리호는 우주 산업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들에게 큰 힘이 된다. 위성을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보내려면 글로벌 업체에 큰 비용을 내야 하고, 이마저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 큐브위성 ‘세종4’를 탑재한 한컴인스페이스도 세종 1, 2호를 스페이스X 발사체에 태웠고, 세종 3호는 업체 일정으로 발사가 미뤄졌다.
누리호에는 스페이스린텍, 우주로테크, 코스모웍스, 쿼터니언, 한컴인스페이스 등 벤처기업 5곳의 큐브위성 6기가 탑재됐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 제약·바이오’에 도전한다. 위성 ‘비천(BEE-1000)’은 세계 최초로 초소형위성에서 면역항암제 펩브롤리주맙(상품명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 성장 과정을 실증한다.
이를 통해 단백질 기반 약물을 우주에서 제조해 지구로 가져올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증한다. 해당 궤도의 우주는 중력이 매우 희미하게 작용하는 공간이다. 지구에선 중력 탓에 단백질이 가라앉고, 쌓이는 등 고르게 크기 어렵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선 입자가 부유해 단백질 구조가 깨지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 제약약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다국적제약사들은 수십 년 전부터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첨단 제약·바이오 연구를 하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중장기적으로 큐브위성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고부가 가치 약물을 지상에 가져오는 목표를 세웠다.
우주로테크는 우주교통관리 기술을 검증하는 임무를 맡은 ‘코스믹’을 띄웠다. 클라우드 컴퓨팅(연산) 기반 우주교통관리 웹 플랫폼 ‘COSMOS’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코스믹에는 임무 후 폐기장치 기술이 적용됐는데, 폐기에 성공하면 국내에서 인공위성을 조작해 궤도에서 제거한 첫 사례가 된다. 우주로테크는 이 기술을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올해 위성을 5년 내 폐기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고, 유럽도 2030년까지 우주 쓰레기 총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규제를 기회로 삼아 우주 쓰레기 폐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 나선다.
코스모웍스는 유일하게 위성 2기를 실었고, 쿼터니언은 국산 부품으로 만든 위성을 검증하고 위성을 이용해 제주·남해 연안의 쓰레기 구역을 탐지·이동 경향을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