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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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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이 영화가 그렇다.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 소설 ‘국보’를 영화화한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인’ ‘분노’ 등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을 이미 두 차례 영화화한 바 있는 이상일 감독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 한국인 3세이다. 자신의 한국 이름을 고집하며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 뿌리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다루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본의 문화적 환경이 그의 영화의 자양분이 되었고 이제 그는 가장 일본적인 소재인 가부키 세계에 관한 영화 국보’로 22년 만에 일본 실사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 영화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 되었다.

영화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배우들의 분장실을 드나들며 완성한 원작의 아름다움과 반세기에 달하는 인물들의 거대한 드라마를 오롯이 스크린에 옮겨 놓는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아름답고 섬세하고 강렬한 연출은 가부키에 무지한 관객마저 가부키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들게 한다. 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망라한 종합 예술가로서 배우들의 사력을 다한 연기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의 극한을 한 치의 과잉 없이 격렬하게 쏟아낸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에 좌절해 그토록 열망해 마지않는 세계를 떠나기도 하지만 끝내 가부키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 전통 예술을 향한 극 중 인물들의 선망과 고통, 희열은 그들을 연기하는 카메라 앞 배우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고 그 떨림은 다시 관객에게 전율로 이어진다. 카메라 안과 밖의 세계가 서로 마주 보고 세차게 울며 진동한다.

도제가 아닌 세습으로 전승되는 가부키계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기쿠오는 야쿠자 가문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다. 가부키 명문가에서 태어나 부친의 명망을 이어받을 슌스케는 갑자기 자기 가문에 견습생으로 들여진 기쿠오의 재능에 좌절한다. 피와 재능. 서로가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 영화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는 두 사람의 반세기를 따라간다. 반세기 동안 그들은 서로를 선망하며 방황하고 눈물 흘린다. 영화는 서로를 향한 라이벌 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인 예술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을 보여준다. 가부키 세계에 몸담은 또 다른 인물들이 상이한 자리에 서 있는 미래의 가부키 본좌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혈연과 전통의 계승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 역시 마음을 건드린다. 그들이 완성해 가는 대하드라마. 가부키 예술의 섬세하고 잔인한 정동의 미학. 가족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예술을 향한 집념을 표현하는 신들린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하고 놀랍다. 무조건 극장에서 보아야 할 영화이다.


맹수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