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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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에 권고 발표

입력 : 2025-12-02 10:27:25
수정 : 2025-12-02 10: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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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사용 가능하지만 비만일 때만 사용해야
약품과 함께 건강한 식단, 운동 등 개입 필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의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권고를 발표했다. 비만이 아님에도 해당 약물을 사용하거나 운동, 식단관리 없이 사용하는 등 오남용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WHO는 이날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비만의 장기 치료 일부로 조건부 권장하면서 안전한 사용을 위한 지침을 제시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식사 후 장에서 분비돼 포만감을 늘리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통해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개발돼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비만 치료가 아니라 날씬한 몸매를 위해 약을 사용하거나, 운동이나 식단관리 없이 약에만 의존하는 등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권고도 비만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에 중점을 뒀다. WHO는 임신부를 제외한 성인들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요법을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도, 의약품과 함께 건강한 식단, 운동 등 신체 활동과 같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권고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적시했다. BMI 30은 ‘2단계 비만’ 중 고도비만(BMI 35 이상)에 가까운 단계다. 의학적으로 비만인 사람만 해당 약물을 사용해야한다는 뜻이다. 

 

WHO의 이번 권고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와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티드(빅토자·삭센다) 등 세 가지 성분에 해당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우리의 새로운 지침은 비만이 포괄적이고 평생에 걸쳐 치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임을 인정한다”며 “GLP-1 의약품은 수백만 명이 이 질환을 극복하고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의약품만으로는 이 같은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약의 안전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WHO는 GLP-1 의약품 공급에 관한 우려도 제기했다. 생산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2030년까지 GLP-1 요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10% 미만만 실제로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WHO는 이번 지침에서 각국과 기업이 특허 의약품에 대해 더 저렴한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는 자발적 라이선싱, 더 가난한 나라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별 가격 책정 등 접근성 확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이 넘는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비만과 관련한 사망은 370만 건으로 추산됐다. WHO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WHO는 비만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연간 비용이 3조 달러(약 44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