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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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몰,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로 고객을 ‘락인’하라 [브랜드 커머스 시대]

입력 : 2025-12-04 06:00:00
수정 : 2025-12-03 16: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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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 플랫폼에서 첫 판매를 시작하지만, 치솟는 광고비와 높은 수수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그 다음 단계’의 길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플랫폼 커머스의 한계가 분명해진 지금, 자사몰을 중심으로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브랜드 커머스’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커머스 시대]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브랜드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사이트를 전하는 전문가 기고 시리즈입니다.

 

▲박민성 데이터라이즈 최고전략책임자(CSO)

 

요즘 브랜드들이 자사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채널 다변화 때문이 아니다. 트래픽을 사 오는 시대에서, 고객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은 초기 트래픽과 판매 인프라가 강력해 단기간 매출 확보에는 더없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에게 자사몰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오픈마켓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몰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브랜드 경험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 외부 플랫폼 구조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고객 데이터 오너십’이다. 자사몰은 고객의 모든 행동을 직접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전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열쇠가 되고 있다.

 

자사몰 데이터는 왜 ‘가장 정확한 진실’인가

 

그렇다면 자사몰이 확보하는 고객 데이터는 무엇이며, 이 데이터가 어떤 차이를 만들까. 오픈마켓에서는 판매는 일어나지만,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구매자 정보를 받아봐야 이름, 연락처, 주소가 전부다. 고객이 어떤 페이지에서 머물렀는지, 무엇을 고민하다 이탈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자사몰에서는 고객이 어디서 들어와 무엇을 보고, 어떤 순간에 멈추고 왜 이탈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데이터 차원이 아니라 고객 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이의 차이다.

 

결국 자사몰 데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흩어진 고객 신호를 하나의 진실로 묶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CRM(고객관계관리)의 핵심 개념인 ‘Single Source of Truth(SSOT, 단일 진실 공급원)’ 역시 이 기반 위에서 성립한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해 관리하고, 이를 마케팅 전반에 활용하는 원칙이다.

 

자사몰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는 크게 두 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행동 데이터다. 어떤 페이지를 방문했는지, 어떤 상품을 클릭했는지,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이탈했는지,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리뷰를 읽었는지 등 고객의 모든 상호작용이 기록된다. 두 번째는 구매 데이터다. 구매 이력, 주문 금액, 사용한 쿠폰, 구매 주기 등 실제 거래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두 축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고객의 관심사를 정교하게 추정하고 프로파일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카테고리에 자주 방문하거나 해당 카테고리 상품 상세페이지를 자주 방문했지만 구매하지 않은 고객은 ‘관심은 있으나 확신이 부족한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서까지 작성했지만 이탈한 고객은 ‘구매 의도는 높으나 마지막 순간에 주저한 고객’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메시지 채널(이메일, 카카오 알림톡, 문자)과 온사이트 캠페인(팝업, 배너)을 통한 직접적인 타게팅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메타나 구글 애드 플랫폼에 회원 데이터를 연동하여 유사 타게팅을 구성하는 데도 사용된다. 확보한 데이터로 리마케팅 효과를 30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브라우저들이 외부 데이터 수집을 막는 상황에서, 이렇게 브랜드가 직접 모은 퍼스트 파티 데이터(First-party Data)는 더 값진 자산이 되었다. 장기적으로 이 데이터를 얼마나 촘촘하게 쌓고 활용하는지가 결국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힘을 결정한다.

 

▲고객을 돌아오게 만드는 CRM 초개인화

고객을 돌아오게 만드는 힘, CRM 초개인화

 

자사몰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리텐션(고객 유지) 전략이다.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계속 오르는 지금, 어렵게 데려온 고객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전통적인 CRM 캠페인은 전체 고객에게 동일한 쿠폰을 일괄 발송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고객을 ‘쿠폰 없이는 구매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지금 CRM의 중심은 초개인화다. 즉, “이 고객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메시지를 받아야 반응할지”를 읽어내는 일이다.

 

성공적인 초개인화 CRM은 아래 4가지 요소를 정교하게 기획하고 반복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1) 언제(When): 타이밍 최적화

 

개인별 최적 발송 시간을 찾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다음 두 가지 방법이 효과적이다. 첫째, 고객 행동 직후 즉시 발송하는 것이다. 방문 직후, 구매 직후, 재구매 주기 도달 직후가 가장 반응률이 높다. 둘째, 일반적으로 오전 11시 발송이 전반적인 반응이 좋다는 검증 결과가 있으며, 더 정교한 최적화를 원한다면 여러 시간대로 나누어 발송 후 반응이 좋은 시간대에 집중하는 멀티암드 밴딧(Multi-armed Bandit)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2) 누구에게(Who): 구매 가능성 기반 타게팅

 

대부분의 CRM은 이미 이탈한 ‘고탈군’을 붙잡는 데 집중하지만, ROAS(광고 수익률)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효과적인 전략은 최근 활동 고객, 즉 방문 직후 혹은 이탈 직후 고객에게 우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검색·장바구니 담기·주문서 작성 등 구매 마지막 단계에 근접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산출한 ‘구매 가능성 점수’를 활용하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고객의 구매 주기는 다르므로, 통계 모형을 활용해 고객별 재구매 주기를 추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메시지를 발송해야 한다.

 

3) 무엇을(What): 상품 추천 자동화

 

쿠폰 의존을 줄이고 고객의 관심 상품을 추정하여 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별로 캐러셀 형태의 상품 추천을 메시지에 담는 작업은 수작업으로는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자동화가 필요하다.

 

4) 어떻게(How): 문구와 소재 최적화

 

클로드 같은 LLM(거대 언어 모델)에 페르소나, 맥락, 명령 포맷을 담은 프롬프트를 활용해 문구를 생성하고, 고객 이름 표시, 장바구니 행동 기반 추천 명시 등 개인화된 문구를 사용하여 메시지 피로도를 낮춰야 한다.

 

실제 운영에서는 두 가지 캠페인 유형이 뚜렷하게 나뉜다. 상시 자동화로 이탈 고객의 누수를 막는 추천형 캠페인, 그리고 프로모션·쿠폰 만료 알림·등급별 혜택처럼 필요한 순간에 매출을 메이크업하는 직접 생성형 캠페인이다. CRM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은 보통 상품 추천형 캠페인과 직접 생성형 캠페인을 약 1:3 비율로 병행하며 성과를 만든다.

 

초개인화 CRM은 결국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ROAS나 구매 전환율 같은 기본 지표만으로는 부족하다. 메시지를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 간의 증분 효과가 있었는지, 그리고 1년 전보다 활성 고객 기반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까지 함께 봐야 리텐션 전략이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첫 구매는 끝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

 

결국 자사몰은 단순히 ‘또 하나의 판매 채널’이 아니다. 고객 데이터라는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 생애 가치(LTV)를 극대화하는 브랜드의 베이스캠프다.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오픈마켓에서 초기 트래픽과 매출을 확보한 뒤, 자사몰로 고객을 이전시켜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언제·누구에게·무엇을·어떻게 전달할지 읽어내는 데이터 기반 CRM 초개인화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자사몰 인프라와 연동 솔루션 등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아임웹 같은 자사몰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가 초개인화 기반을 갖추는 것이 훨씬 쉬워진 것이다.

 

첫 구매는 끝이 아니라 고객 관계의 시작이다. 자사몰과 CRM으로 성장의 체계를 만든 브랜드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필진 소개]

-데이터라이즈 CSO

-CRM 마케팅 솔루션 ‘데이터라이즈’ 공동창업자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넘버웍스’ 창업자

-전 쿠팡·SKT·카카오 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