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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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 보장 이행법’ 서명… 中·日 갈등 가세 양상

입력 : 2025-12-03 23:07:57
수정 : 2025-12-03 23: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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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마다 대만 관계지침 검토
대만, 美 관계강화 해석 “환영”
中 “내정 간섭… 단호히 반대”

中·러, 日 대만 발언 공동 대응
“식민 침략역사 미화시도 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과의 관계지침을 5년마다 점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대만 문제로 중국·일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그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미국이 이런 행보를 보이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밀착해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역내 갈등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만장일치로 통과된 ‘대만 보장 이행법’에 이날 서명했다. 이 법안은 2020년 제정된 ‘대만 보장법’의 후속 조치로, 국무부가 5년마다 ‘대만 관계지침’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90일 내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만 관계지침’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공식 인정한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과 어떤 방식으로 접촉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 문서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직 고위 공직자의 대만 방문 등 공식 교류가 엄격히 제한됐다. 미국은 ‘대만 보장법’ 통과 후 이 지침을 한 차례 검토했는데, 이번 이행법을 통해 정기 검토가 법제화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때부터 대만과 관계 확대를 모색해 왔다. 퇴임 직전인 2021년 1월에는 대만 관계지침 ‘무효화’를 선언하고 미국 대만 간 접촉 제한을 해제했다.

 

이후 미국 의원들의 대만 공식 방문이 잇따랐다. 2022년에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공식방문해 중국의 격렬한 반발과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부르기도 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관계 관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는 대만 교류·접촉 규정을 완화된 방식으로 복원했다.

 

대만 총통 “평화는 협의 아닌 실력” 라이칭더 대만 총통(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2일(현지시간) 이란현 예비군여단 보병 3대대 소집 훈련 시찰 현장에서 대만이 개발한 ‘허머 2 드론’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일본, 미국·중국의 입장차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라이 총통은 “평화는 협의가 아닌 실력에 기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행법은 대만과의 관계 확대를 직접 담고 있지 않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민감한 국면에서 미국이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앤 와그너 하원의원(공화)은 “이 법은 중국 공산당의 위험한 대만 지배 시도에 맞서 우리가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대만은 해당 법안을 양측 관계 강화로 해석하며 환영했다. 대만 총통실 궈야후이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법은 미국의 대만과의 교류 가치를 재확인하고 대만·미국 관계 강화를 지지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자유·인권 존중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이 나서 “미국과 대만 간 어떠한 형태의 공식 교류도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이 법안은 중국의 내정에 거칠게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세계의 공동성명에 규정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심각한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겨냥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20차 전략안보협의를 가진 뒤 “(양국이) 일본 문제에 대한 전략적 조율을 통해 높은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며 “식민 침략 역사를 뒤집으려는 어떠한 잘못된 언행도 단호히 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는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준수하고 대만·티베트·신장·홍콩 등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했다. 양국 외교수장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글로벌 전략 안정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합의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