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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물 5년 임대계약에 122억원… 양육비이행관리원 혈세 ‘줄줄’

입력 : 2025-12-03 18:53:16
수정 : 2025-12-04 09: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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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여파 올 예산 확보 못해
‘고육지책’ 렌탈프리 조건 계약
“인력 예산도 없는데” 낭비 지적

성평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임대료를 포함한 임관리비를 70% 늘려 내년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올해분 임차료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후폭풍이다. 인력 충원 등으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성평등부가 내년 양육비이행관리원 지원에 편성한 예산은 461억원으로 올해(287억원) 대비 60.6% 늘어난 규모다. 이중 운영비 내 임관리비는 올해(15억원) 대비 69.6% 늘어난 25억원이 편성됐다. 

 

한해 만에 임관리비가 이토록 급증한 이유로는 양육비이행관리원 독립과 그에 따른 임대차 계약 변경,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예산 상황 등이 꼽힌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내 조직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9월 별도 기관으로 독립하면서 임대차 계약을 변경하게 됐다. 기존 진흥원은 서울 중구 소재 사무실을 2022년 10월부터 2027년 9월까지 5년간 145억원으로 계약했다. 이를 관리원 면적 비율로 계산하면 연간 14억8000만원의 임차료를 지급하던 셈이다. 임대인은 사무 공간 일부의 임차인을 양육비이행관리원으로 변경하면서 기존보다 28% 오른 임차료로 신규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2022년 계약 당시엔 코로나19로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다는 게 성평등부 측 설명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여파로 국회에서 오른 임차료만큼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성평등부는 연말 국회 논의에서 증액했으면 ‘3년(2025∼2027년)간 70억7800만원’으로 신규 계약을 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 증액은 불발됐다. 1년에 2개월분 임차료를 감면받을 수 있는 렌탈프리(장기 계약 시 약정 기간 일정 기간을 임차료 없이 대여하는 무상임대 제도)를 이용해야만 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기간을 2년 추가해 ‘5년(2025∼2029년)간 122억9600만원’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2028년, 2029년 발생하는 렌탈프리분을 활용하지 못하면 당장 올해 임차료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성평등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5년간 높은 임차료를 지출하게 됐고, 2년간 52억1800만원 (3년간 70억7800만원 → 5년간 122억9600만원)의 임차료를 추가 지급하게 됐다. 

안 그래도 관리원은 올해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인력 충원 예산만으로도 빠듯한 형편이다. 내년부터는 선지급금 회수 절차도 본격화해 인력 충원 필요성도 높다. 회수 인력을 현재 3명에서 내년 중 8명 증원할 계획인데 이마저도 충분치 않아서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회수 인력이 11명으로 늘어도 인당 담당해야 할 회수 건수가 연간 845건으로 추정된다며 “인력 보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리원의 법률지원서비스는 매년 예산이 부족해 결산잉여금 등으로 부족분을 집행하고 있다. 미성년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이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데 8월 기준 집행률은 98.2%로 하반기에 집행할 금액이 남지 않았다. 해당 예산은 2023년부터 내년까지 내리 18억원으로 동결됐다. 보고서는 “한부모가족의 법적 양육비 채권 보유를 지원하는 서비스에 부족함이 없도록 적정 수준의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