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보안 관리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초래한 쿠팡의 주요 임원들이 지난달 수십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한 것과 관련, 금융감독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공조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사실이) 발표되기 전에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이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며 “임원들이 주가하락을 우려해 미리 판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에 해당될 수 있으니 미국 임원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 원장은 “내부자 거래일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조사권 관련 문제가 있어 SEC와 공조해 보겠다”고 말했다.
SEC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보유하고 있던 쿠팡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달러에 팔았다. 매도 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32억원)다.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약 77만2000달러(11억3000만원)에 팔았다고 신고했다. 쿠팡에서 검색·추천 서비스 분야를 이끌던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4일 사임했다. 두 사람의 쿠팡 주식 매도 시점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침해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 이전이다. 쿠팡 측은 해당 거래는 지난해 12월 결정된 것으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쿠팡페이 현장점검 과정에서 결제정보 유출 정황 등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검사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쿠팡이 입점 업체에 연 최대 18.9%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운영한 것과 관련해선 “이자에 원가가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이자 비용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보고 있다”고 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에선 쿠팡의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회원 가입은 1분 만에 할 수 있는데, 탈퇴를 하려고 보니 무려 6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유료 와우 멤버십은 10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것은 굉장한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된다. 모바일로 회원 가입을 하는데 탈퇴를 피시(PC) 버전으로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불공정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했다. 결국 박대준 쿠팡 대표는 “계정 탈퇴 과정을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현안질의와 마찬가지로 쿠팡 창업자이자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은 이번 사태를 비롯해 굵직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무책임한 행보로 큰 비판을 받았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해외체류 등을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나 청문회, 현안질의에 불출석하고 있는 김 의장에 대한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소재와 귀국 여부에 대해 박 대표는 “현재 해외에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저도 올해 국내에서 만나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장과 최근 3년간 만난 적 있냐’는 질의에도 “한 번 만났다”며 “(경영 관련 보고는) 서면이나 온라인 미팅, 화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또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하고 피해보상 대책을 말하도록 건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사회를 통해서 보고하겠다. 보고체계가 그렇게 돼 있다”며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선 “피해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