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 의원 60명 미만일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연이어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입법 독재”라며 반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필리버스터 정상화법”이라며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12월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사위는 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이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같은 날 오전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를 통과한 이후, 오후 열린 법사위 회의에서 곧바로 처리된 것이다. 국회법상 5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요구로 안건에 추가됐다.
개정안은 회의장에 있는 의원 수가 재적 의원 5분의 1(60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중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12·3 비상계엄’ 내란전담재판부 신설과 법 왜곡죄 도입 등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사실상 필리버스터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인데, 이번 개정으로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이 한층 완화된 셈이다.
개정안이 법사위까지 통과하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소수 야당에 유일하게 남은 필리버스터 권한을 한마디로 박탈하려는 법으로, 민주당의 이런 포악스러운 행위는 후대가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는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형법 개정안(법 왜곡죄), 적용 범위를 현행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의견이 대립하는 안건에 이견 조정이 필요할 때 구성된다. 최장 90일간 법안을 심사할 수 있으나 조정 위원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면 상임위로 회부돼 즉시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 3명과 비교섭단체 1명이 찬성하면 이들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바로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법관 징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변호사법·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사법개혁 드라이브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회의에서 여야는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사보임을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장 의원이 성추행으로 수사받는데 피해자를 무고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이해충돌인데 법사위원 자격이 있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