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종료 이후 닷새째 결과가 나오지 않는 중미 온두라스 대선에 유권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득표율 1·2위 후보가 1%p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가운데 개표 부정 의혹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4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일간 라프렌자에 따르면 선거 닷새째가 되는 이날 오후 1시40분 기준 개표가 86.1% 진행된 가운데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67) 우파 국민당 후보가 40.21%(110만8922표)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살바도르 나스라야 중도 자유당 대선 후보가 39.46%(108만8574표)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당 자유재건당(LIBRE)의 릭시 몬카다 후보는 19.31%(53만2517표)를 얻는 데 그쳤다. 낙선이 유력시되는 몬카다 후보가 낙선할 경우 경제난과 범죄 대응에 미흡한 중남미 좌파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우파 정권을 선택하는 ‘블루 타이드’의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나 파울라 홀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 위원장은 이날 엑스(X)에 “두 명의 대선 후보 간 근소한 표 차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코세트 로페스 오소리오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 위원은 전날 자신의 엑스(X)에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선관위에 통보 없이 재차 대선 개표 결과 공개가 중단됐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앞서 온두라스에서는 지난달 30일 대선 투표 종료 이후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선관위 홈페이지 오류가 보고된 데 이어 후보별 예비 득표수와 득표율 자료가 개표율 57.03%에 멈춘 채 24시간 넘게 갱신되지 않은 바 있다. 이후 2일 오후 2시쯤부터 온라인 개표 현황이 정상화했지만, 다시 그로부터 24시간 만에 서비스 장애가 재발했다.
석연치 않은 개표 공개 중단 사태가 거푸 이어지자 현지에서는 개표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개표 종반 다시 2위로 내려앉은 나스라야 후보는 자신의 엑스에 “4일 목요일 오전 3시24분을 전후해 투표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썼다. 오소리오 위원도 “온두라스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개표 기록 처리 및 개표 공개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는 개표 작업을 진행 중인 시내 호텔 주변에서 공정하고 신속한 개표를 요구하는 각 정당 지지자의 산발적인 시위도 이어졌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온두라스 당국은 물대포 차량을 배치하는 등 개표장 인근 보안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