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무기에 더해 핵추진 잠수함(SSN) 임대 문제까지 테이블에 올리며 양국 밀착을 공식화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에너지·군사 압박을 지렛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추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서는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4년 만으로, 서방 제재 속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외교 생명선인 인도와의 협력을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정상회담 의제에는 국방과 무역, 에너지 협력이 폭넓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서방 시장이 막히며 헐값에 수출해 온 자국산 원유를 인도에 계속 공급하는 한편, 최신 방공망과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추가로 판매하거나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10년간 임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가 러시아제 핵추진 잠수함 임대를 위해 약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지불할 예정이며, 임대한 잠수함은 인도 해군에서 10년간 운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잠수함은 승조원 훈련과 핵잠 운용 능력 제고에 주로 사용되며, 전장 직접 투입은 임대 조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모스크바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측 평화 구상을 협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며 결론을 미뤘다. 이후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인도를 찾아 에너지·안보 협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 전쟁 자금의 주요 원천인 원유 수출을 줄이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막는 핵심 수단이라고 보고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를 줄곧 압박해 왔다. 그럼에도 인도는 전쟁 이후 할인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며 에너지 안보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해 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를 경제·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모색해 온 미국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인도를 대러 압박 전선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