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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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현통’ 인사청탁 논란, 김남국 사퇴로만 끝낼 일인가 [논설실의 관점]

입력 : 2025-12-05 16:13:35
수정 : 2025-12-05 16: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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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지난 4일 ‘인사청탁 문자’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자 대통령실이 이를 즉각 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인사청탁 문자에 ‘훈식이 형(강훈식 비서실장)이랑 현지 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김 전 비서관 메시지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김 전 비서관이 사퇴했다고는 하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논란을 키웠던 김 부속실장 이름이 재차 거론되면서 ‘대통령실 실세’ 의혹을 부추긴 탓이다. 김 전 비서관 사퇴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부속실장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과 문자를 나누고 있다. 문자에는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 수석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거니까 아우가 추천좀 해줘봐’ 라고 전달했다. 이에 김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강)훈식이형이랑 (김)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 라고 답했다. 뉴스핌 제공

김 비서관은 원조 친이재명그룹 7인회 멤버다. 이 대통령의 중앙대 후배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각별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부속실장은 앞서 총무비서관 시절 대통령실 모든 인사에 관여해 ‘만사현통’으로 불렸다. 이번 문자 파문으로 두 사람이 대통령실 인사청탁 경로, 또는 막후 실세라는 의심이 들지 않겠나. 사퇴 직전 김 전 비서관은 주변에 “인사 추천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부패한 사람으로 오해받아 착잡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속실장도 “유탄을 맞았다. 우리는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과연 이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인사청탁 논란을 빚은 문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부적절한 처신 송구하다”는 짤막한 입장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인사청탁을 받은 사람은 사퇴했는데 청탁한 사람은 달랑 사과 문자 하나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기자회견을 하든지, 공개된 자리에서 분명한 입장 표명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에서 반성 대신 ‘김남국 동정론’이 쏟아지니 어이없다. 강득구 의원은 김 비서관이 물러나자 5일 페이스북에 “세상이 그를 비난하지만, 동지로서 그와 함께 하겠다”며 감쌌다. “세상이 그에게 돌을 던진다면 함께 맞겠다”고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자는 부적절했다고 진심으로 저도 사과한다”면서도 “형·형님·누나·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당의 언어 풍토”라며 김 전 비서관을 두둔했다. 이런 호칭이 당내에서는 운동권 출신의 동지 의식 발로쯤으로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직함 대신 형이나 누나로 부르며 국정을 운영한다는 자체가 듣기 거북스럽다.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연합뉴스

이번 파문은 대통령에게 임명권한이 없는 민간단체 협회장까지 인사청탁 대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래선 모든 인사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새 정부 주장을 누가 믿겠나. 새 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장 인사가 코앞이다. 소위 여권발 ‘낙하산 인사’ 관행이 반복될 수 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사과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관련한 수사가 필요하다. 문 의원이 문자를 보낸 장소가 국회 본회의장이니만큼 국회도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김 부속실장을 둘러싼 대통령실 내부 잡음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더는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