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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당원1표제’ 중앙위서 부결… 정청래 리더십 ‘흠집’

입력 : 2025-12-05 16:33:18
수정 : 2025-12-05 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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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원 주권시대’를 선언하며 밀어붙인 ‘1당원1표제’가 5일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결국 부결됐다.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방안인 1당원1표제를 두고 ‘험지 소외’, ‘유령 당원’ 논란 등 우려가 확산하며 “졸속 추진”이라는 공개 비판이 이어져 왔다. 정 대표가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안건이 좌초되면서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총 596명 중 373명(62.58%)이 참여해 찬성 271표, 반대 102표가 나왔지만, 가결 요건인 재적 과반(299표 이상)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당헌 개정안의 골자는 대의원·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에서 ‘1대1’로 맞추는 대신, 영남 등 전략 지역에는 일정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지도부는 험지 소외 우려를 반영해 수정안을 냈지만, 중앙위 문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내년 6·3 지방선거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 표심 비중을 확대하는 또 다른 당헌 개정안 역시 찬성 297표·반대 76표로 부결됐다. 이 역시 재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로 전환하고, 청년·장애인 가산점 기준 조정, 상습 탈당자 공천 배제 등을 담은 개정안도 모두 무산된 것이다.

 

이번 부결의 배경으로는 정 대표의 ‘마이웨이’ 리더십이 지목된다.

 

앞서 정 대표는 1당원1표제 도입을 선언한 뒤 당원 의견조사를 실시했으나, 투표 자격을 ‘10월 당비 납부 권리당원’으로 제한해 기존 기준보다 대폭 완화한 점이 논란을 키웠다. 당내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지도부는 “정식 의결을 위한 투표가 아니라 의견조사”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도 커졌다. 정 대표가 당원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만큼, 권리당원 비중을 크게 늘리는 개정안이 사실상 ‘자기 정치’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실제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맞상대였던 박찬대 의원과의 대결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66.48% 대 33.52%로 앞섰지만,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대 53.09%로 밀렸다.

 

이언주·강득구·윤종 의원 등이 대의원제 무력화에 따른 영남 소외를 공개 제기하면서 당내 논쟁은 격화됐다. “강성 당원 중심으로 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일부 당원들은 “지도부 결정이 당원 기대와 어긋난다”며 가처분 소송까지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갈등이 심화되자 지도부는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중앙위를 일주일 연기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청래 1호 공약’이었던 1당원1표제가 좌초되면서, ‘당원만 보고 간다’며 달려온 정 대표의 리더십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