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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쟁적인 인물 조국 “나의 ‘불덩이’는 복합적” [더 깊숙한 인터뷰]

입력 : 2025-12-08 11:25:00
수정 : 2025-12-08 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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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정치의 시간’ 을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재명정부의 탄생.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일련의 사건은 한국 정치의 복잡성과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세계일보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층 더 깊은 온라인 인터뷰를 준비했다.

 

<‘더’ 깊숙한 인터뷰>라는 코너로 정치인들의 신념과 태도, 그리고 정치철학을 내밀하게 파고들 계획이다. 질문에 재질문을 거듭하며 그들의 속내를 끌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는 뜻에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청 조국혁신당 당대표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지금, 그 어떤 대한민국 정치인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만큼 논쟁적인 인물은 없다. 그를 둘러싼 호오는 극단을 달린다. 호(好)의 관점에서 그는 정치검찰의 희생자다. 불호(不好)의 관점에서 그는 민주진영의 ‘위선’을 상징한다. 조 대표를 향한 ‘강한 호불호’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조 대표는 한국갤럽 12월 1주차 여론조사(12월 2일∼4일, 전국성인 1000명 대상, 휴대전화 면접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1.8%,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에서 장래 정치지도자 부분에서 8%로 전체 1위를 차지했는데, 세대별로 볼 때 20대(1%), 30대(4%)에서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40대(13%)와 50대(12%)에서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호불호’가 분명할지언정 존재감은 있는 조 대표와 달리 그가 이끄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최근 3∼4%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무존재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은 논쟁적이나 당은 수면 밑에 있다. 역설적인 현상이다. 분명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조 대표에게 이 부분은 숙제다. 그래서 세계일보는 조 대표에게 어떤 존재감을 보이고 싶은지 물었다.

 

질문자의 질문과 조 대표의 답은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편집했다. 다음은 지난 4일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조 대표와 일문일답.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5.12.04 허정호 선임기자

―최근에 죽산 조봉암 선생 묘역을 참배하거나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이는 최근 언급하는 ‘사회권’과 맥이 닿아있나요?

 

“‘1987 체제’가 놓친 것은 사회권입니다. 민주주의가 정치적 민주주의로 제한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1997년 ‘IMF세태’ 때 고민하게 됐습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사회적으로 문닫는 회사, 해고되는 노동자 등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겪은 악몽같은 경험입니다. 이를 해결할 건 사회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사회권 이야기를 했지요. 학자와 교수 시절에는 논문으로 주장했습니다. 이걸 뿌리로 올라가면 조봉암 선생으로 가는 거죠. 그분이 간첩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 않습니까? 그분이 진보당을 창당할 때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밀하고 세밀하게 돼 있지는 않지만 기본 생각은 같다고 봅니다. 내란 이후 대한민국이 제7공화국으로 가려면 자유권에 더해 사회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조국혁신당 1막이었을 때는 검찰독재 조기종식이 모든 것을 압도했죠. 언론도 (사회권에) 관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사면·복권돼서 자유를 찾고 혁신당의 ‘2막’이 올라가는 시기입니다. 윤석열·김건희가 감옥에 갔고 검찰의 수사·기소가 분리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2막에서는 사회권 선진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봉암 선생 묘소를 간 겁니다. 공당으로서는 처음입니다.”

 

―조봉암 선생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 사회민주주의자입니다. 혁신당의 정치 아젠다를 사민주의로 선택하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이번 대표 선출 전당대회 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을 다 이어받자고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이념적 지향은 한편으로는 자유주의,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민주주의를 결합한 지향을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는 국민정당을 지향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로 불렸지만, 중도로 옮겼잖아요. 스스로 중도보수정당이라고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를 진보 성향으로 보고 있지만 정의당이나 진보당과 구분되는 건 사람으로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이어받는 것이고 그 핵심은 저는 자유주의라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조봉암의 가치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5.12.04 허정호 선임기자

―혁신당이 ‘왼쪽의 공간’으로 가고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혁신당의 지지율은 3∼5% 수준입니다. 

 

“지금의 지지율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창당 주역인 제가 8개월간 (수감으로)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스피커로서 역할이 8개월간 없었고요. 비상대책위원회 기간 동안 성비위나 갑질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연설이나 집회, 방송 출연을 극히 제한했습니다. 거의 11∼12개월 동안 ‘조국’이라는 사람의 역량이 쓰이지 못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당은 창당하며 ‘윤석열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쳤습니다. 역설적으로 1막 과제가 실현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보통의 국민은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1차적 과제가 해소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조국혁신당 2기 역할은 이를 해결하는 겁니다. 돌아온 조국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사회권도 주장하고, 조봉암 선생 묘소도 가십니다. 그런데 지지율의 동력은 붙지 않습니다. 왜 대중은 공감하지 않는 걸까요?

 

“첫 번째, 어떤 주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바로 박수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국당원대회가 끝난 지 이제 2주밖에 안 됐습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봄 정도를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지요. 매사 조급하면 절대 안 됩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로 옮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중도진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을 받아주는 원내정당은 저희뿐입니다. 저희의 준비나 역량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노력하면 어느 시점에는 이를 매치하는 순간이 오죠. (모멘텀이 오는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만들 겁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5.12.04 허정호 선임기자

―‘만드는 방안’ 중 하나는 결선투표제나 원내교섭단체 의석수 감소 등 정치개혁이 있는데 민주당은 전혀 반응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전에 박찬대 당대표 권한대행 시절에 합의를 했습니다. 박 권한대행 개인이 한 게 아니잖아요. 제가 일부러 합의문을 당회의실 밖에 붙여놨습니다. 민주당이 주저하는 이유는 제3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우리당 교섭력과 발언력 높아지기 때문이죠. 원내 활동도 높아지고 언론 노출도 달라지게 돼있습니다. 혁신당이 커지는 걸 정당 이익 입장에서는 꺼릴 수 있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시혜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응원봉 혁명’으로 만들어진 정부인데 응원봉은 각자 취향에 따라 모양과 색깔, 빛깔이 다릅니다. 그 힘이 모여서 내란을 격퇴했고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민주당 당원들 노력만으로 내란이 격퇴된 것은 아닙니다. 이재명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강화해야죠. 민주당원이 아닌데 응원봉을 들고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요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민주당에 해달라면서 구걸하는 게 아닙니다.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이 있는 겁니다. 당 이익에 반한다 하더라도 지키는 게 약속입니다.”

 

―검찰개혁, 적폐청산 의제를 계속 얘기할수록 당의 존재감은 사라지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별성을 강조해왔던 정의당은 결국 원내에서 사라졌습니다. 왜 ‘0석’이 됐습니까? 민주당과의 엄청난 차별성을 이야기했는데 결과는 안 좋았습니다. 같은 부분은 같이 가고, 아닌 건 아닌 겁니다. 현재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이제 (전당대회 후) 2주차입니다. 보통 시민은 구분을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건 저희가 더 노력해야죠.”

 

―개인 조국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지방선거 결과와 정치 인생이 연동되는데요, 민주당과 합당 이야기도 있고요.

 

“합당은 제가 안 한다고 했지요. 제가 지선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동시에 할 수는 없지요.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제가 지선과 재보선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초의원에게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 선택은 둘 중 어디든 나간다는 겁니다. 제가 어떤 선거를 나가든 우리 후보나 우리당의 지선, 또는 한국 정치판에는 영향을 주죠.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혁신당 지선에도 유리해지겠죠. 낮은 정당 지지율은 위기입니다. 정당 지지율을 제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지선 전에 3∼5% 수준인 당 지지율을 10% 수준으로 올리겠습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5.12.04 허정호 선임기자

―민주당과 연합도 선택지에 올라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사면되자마자 한 말이 있는데 극우세력을 ‘제로’로 하겠다였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내란에) 사과했지만 그 사람들은 국민의힘 당권을 못 잡습니다. 신당도 못 차린다고 봅니다. 내란을 사과하지 않는 국민의힘은 ‘0’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다음 지선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광역 단위에서 ‘0’을 만들어야 합니다. 광역 단위는 철저하게 민주당과 연합해야 합니다. 지선 두 번째 목표는 대구·경북이나 호남 같이 사실상 1당 독점인 특정지역 진입입니다. 1당 독점 결과 끊임없이 유착과 부패가 발생합니다. 저희가 대구·경북이나 호남에 후보를 내서 조국혁신당이 지방의회에 들어간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정의당) 후보 득표 합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합보다 0.91%포인트만 앞섰습니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차이가 0.91%포인트입니다. 2030년 대선 시점에서 어떻게 판을 짤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번 지선은 극우심판연합을 구성해야 합니다. 광역에서는 혁신당과 민주당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기초 구의원과 시의원 등에서는 경쟁해야 합니다.” 

 

―민주당과 다른 당인데 자체 대선후보도 안 내고 민주당 정부 성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재명정부는 조국혁신당 정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후보를 내지 않았고, 지난 대선에서 당원투표를 통해 이 후보가 대선 후보라고 선언을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민주당과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발목을 잡는 건 어리석은 정치라고 봅니다. 이재명정부가 성공해야 조국혁신당도 잘 된다고 봅니다. 정의당이 실패한 이유가 그겁니다. 같이 커야 합니다. 서로 죽이는 방식으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서로에게 매우 해롭다고 봅니다. 이재명정부가 실패하면 조국혁신당에 기회가 온다는 건 매우 단선적 사고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5.12.04 허정호 선임기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15년 전 조 대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치를 안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조 대표가 그때의 조 대표와 만난다면, 이 길을 가라고 하시겠습니까?

 

“이런 사정을 다 알았다면 법무부 장관 후보 수락을 하지 말라고 했겠죠. 가족 전체의 문제니까요. 미래를 보는 전제로 말하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때 저한테 정치하라는 사람들 많았습니다. 근데 제가 단호하게 안 했죠. 역할을 달리 설정했으니까. 저는 이성·논리 중심의 사람인데 (후보 수락 후인 2019년) 그게 다 깨지고 가슴 깊이 올라오는 게 생겼죠.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도 제가 만들었습니다. 되게 과격한 구호예요. 그건 헌정 중단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내가 어떻게 되든 윤석열을 끝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다지고 반복하고 몸 전체가 ‘불덩이’가 됐습니다. 그걸 사람들이 이해했고, 조국이 진짜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지한 거죠). 저는 15년 전보다 많이 늙었고 주름도 생겼지만 접니다. 그런데 5∼6년 사이에 저의 대중적 언어, 마이크를 잡았을 때, 대중을 만났을 때에는 불덩어리가 타오르면서 몸과 마음이 바뀝니다. 이 불덩이가 불길이 됐고 결국 윤석열과 김건희가 감옥에 갔잖아요. 스펙(국회의원)을 하나 더 추가하겠다고 한다면 저는 안 했을 거예요. 정당을 만든 건 엄청난 모험입니다. 정치부 기자와 현역의원 거의 100%가 최대 2석이라고 했어요. 그 사람들이 놀란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말씀하신 ‘불덩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일까요?

 

“복합적인 거죠. 하나는 윤석열·김건희 검찰 독재에 대한 분노가 당연히 있습니다. 검찰권력을 오남용하고 국가권력을 오남용했죠.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제 힘으로 저걸 끝장내겠다고 했습니다. 자랑은 아니에요. 그 정도 결의는 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윤석열·김건희를 감옥에 넣는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 자산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제가 정치를 하는 이상 강력한 정책을 제시해야겠다. 제가 어떤 길을 가고 어떤 성과를 낼지는 모르잖아요. 제 마음의 불은 윤석열·김건희를 끝내겠다는 불길이었고, 그 다음에 제가 이야기한 사회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비전과 정책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