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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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각적 안무·팬 소통 문화 주효”… 현지화 통했다 [심층기획-광복 80년, 독립에서 강국으로]

입력 : 2025-12-09 06:00:00
수정 : 2025-12-08 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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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K팝 시스템 해외 접목 시작
SM 보아·동방신기·JYP 니쥬 등 대표적
최근 韓·美 기획사 협업 아이돌 ‘캣츠아이’
데뷔하자마자 인기 끌며 각종 후보 올라

K팝은 ‘한국의 팝’이라는 의미다. 처음 K팝이라는 이름이 붙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 하는 한국적인 음악’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글로벌 인기를 타고 최근 K팝에 대한 규정도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캣츠아이’다. 캣츠아이는 높아진 K팝의 인기로 새롭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게펜 레코드와 함께 미국에서 제작한 캣츠아이는 K팝 시스템이 미국에 적용된 최초 사례다. 그들은 데뷔와 더불어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가장 보수적인 음악 시상식이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의 올해 후보 명단 중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 이름을 올렸다. 6명의 캣츠아이에서 한국인 멤버는 단 한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지난해 게펜 레코드와 함께 미국에서 K팝 시스템으로 제작한 걸그룹 캣츠아이. 캣츠아이는 가장 보수적인 음악 시상식이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에 올해 2개 부문 후보로 포함됐다. 하이브·게펜 레코드 제공

K팝 시스템의 해외 현지화는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이수만 A20 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가 당시에 이끌었던 SM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아시아의 별’ 보아를 필두로 한 일본 진출을 그 시초로 보고 있다. 국내의 아이돌 제작·육성시스템 등 대중음악을 현지에 맞춰 수정·보완을 거쳐 안착하도록 하는, ‘해외진출’ 방법론의 하나였던 셈이다. H.O.T.와 동방신기의 중국몽(夢), 슈퍼엠으로 본격화된 미국 시장 공략 등이 이와 유사한 사례다.

K팝의 글로벌 인기로 ‘현지화’는 파격적으로 변했다. JYP의 일본 걸그룹 니쥬(NiziU)과 중국 보이그룹 뻔푸소년(CIIU)은 K팝을 표방하지만 한국인 멤버는 단 한명도 없다. 하이브의 일본 보이그룹 앤팀(&TEAM)에도 한국인 멤버는 한명뿐이다. K팝을 규정하는 요소가 단순히 국적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제작 시스템, 음악적 스타일, 산업 구조에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런 현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K팝을 K팝답게 만드는 고유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보아의 일본 오리콘차트 1위를 비롯해 클론과 베이비복스의 중국 인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K팝의 전 세계 인기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특히 K팝은 안무 등 시각적 요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문화가 요즘 세대에 먹혀들면서 급속도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평론가는 그러나 “캣츠아이 등 K팝의 현지화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등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하는 등 온전한 K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 볼 만하다”며 “더불어 K팝이 자국 시장을 바라보지 않고 해외 시장만 바라보면 이 또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