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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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유망주, 생애 첫 ‘드라이버 챔피언’

입력 : 2025-12-08 19:08:07
수정 : 2025-12-08 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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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도 노리스, F1 데뷔 7년 만에 정상

월드챔피언십 시즌 최종전 결승 3위
랭킹 포인트 423점으로 2점 차 우승
어릴적 카트로 시작해 맥라렌팀 진출
오랜 무관에 “승부욕 없다” 평 듣기도
노리스 “긴 시즌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하나의 원석이 보석이 되려면 기나긴 인고의 시간과 더불어 여러 환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 2025시즌은 원석 하나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재탄생한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오랜 기간 재능 있는 유망주라는 말만 들어왔던 영국 출신의 한 레이서가 드디어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바로 랜도 노리스(26·맥라렌)가 그 주인공이다.

노리스는 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5.281㎞·58랩)에서 열린 2025 F1 월드챔피언십 24라운드 시즌 최종전 아부다비 그랑프리(GP) 결승에서 3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막스 페르스타펀(레드불·1시간26분7초469)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가운데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가 12초594 뒤진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페르스타펀보다 16초572 늦은 3위를 차지한 노리스는 15점을 받아 드라이버 랭킹 포인트 총점 423점을 기록, 25점을 받은 페르스타펀(421점)을 단 2점 차로 제치고 올해 생애 처음으로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2019년 F1 무대에 데뷔한 이후 7년 만이다.

'눈물의 트로피'쥐고 주먹 불끈 랜도 노리스가 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열린 2025 F1 월드챔피언십 24라운드 최종전 아부다비 그랑프리(GP) 결승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올 시즌 생애 첫 드라이버 챔피언에 오른 뒤 머신 위에 올라가 환호하고 있다. 아부다비=AP연합뉴스

노리스는 영국 출신 드라이버로는 역대 11번째이자 2020년 루이스 해밀턴(페라리) 이후 5년 만에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하는 기록도 남겼다. 더불어 노리스의 소속팀인 맥라렌도 199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드라이버 챔피언과 컨스트럭트(제조사) 챔피언을 모두 휩쓰는 더블을 달성했다.

반면 앞선 4년간 무적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올해까지 5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 등극을 노렸던 페르스타펀은 올 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3연승과 함께 시즌 8승째를 따내며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2점이 부족해 왕좌를 내줘야 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드라이버 랭킹 포인트에서 노리스(408점)와 페르스타펀(396점)의 격차는 12점이었다. 노리스로선 페르스타펀이 최종전에서 우승할 경우 반드시 3위 이내에 들어야만 드라이버 챔피언에 오르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노리스는 챔피언 등극에 필요했던 ‘3위 이내 성적’을 지켜냈다.

랜도 노리스가 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열린 2025 F1 월드챔피언십 24라운드 최종전 아부다비 그랑프리(GP) 결승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아부다비=AP연합뉴스

가장 앞선 출발점인 폴포지션(1번 그리드)을 페르스타펀에게 내주고 2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노리스는 1랩 9번째 코너에서 피아스트리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3위로 내려갔다. 이는 미리 계획된 전략이었다. 맥라렌은 피아스트리가 페르스타펀을 압박해 노리스가 안전한 레이스를 펼치도록 작전을 짰다. 레드불 역시 노리스를 3위 밖으로 내몰기 위해 일본 출신의 쓰노다 유키에게 견제를 맡겼지만, 오히려 23랩 직선 구간에서 추월을 시도하는 노리스를 방해하려다 페널티를 받고 작전에 실패했다. 결국 노리스는 안전하게 3위에 올라 세계 챔피언이 됐다.

노리스는 “오랫동안 울지 않았고, 눈물을 흘릴 거란 생각도 안 했는데 결국 울고 말았다”며 “정말 놀라운 기분이다. 시즌 내내 경쟁을 펼친 페르스타펀과 피아스트리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정말 긴 시즌이었지만 결국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리스는 어린 시절 카트로 레이싱을 시작해 맥라렌의 주니어팀에 들어갔다. 2017년 F3 유럽 챔피언에 오르고 2018년에는 F2에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는 두각을 나타내자 2019년 F1 팀으로 전격 발탁돼 역대 다섯 번째 최연소인 만 19세 124일에 호주 그랑프리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20세 235일에 출전한 이듬해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에서 3위에 올라 역대 세 번째 최연소로 포디움에 오르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2021년 러시아 그랑프리에서는 21세 316일이라는 최연소 기록으로 폴포지션을 차지하며 첫 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첫 우승까지는 다시 3년이 필요했다. 우승 없는 이 기간 노리스에 대해 “성격 좋고 놀기 좋아하지만 승부욕은 없어 우승은 절대 못 하는 선수”라는 조롱 섞인 악평이 나돌기도 있다. 하지만 노리스는 자신의 110번째 F1 레이스였던 2024년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우승의 물꼬를 트며 그동안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뗐고 올해 한층 더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됐다. 노리스의 F1 통산 성적은 포디움 44회, 그랑프리 우승 11회(2024년 4승, 2025년 7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