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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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 손실 ‘벨기에펀드’ 판매사 중징계 가능성

입력 : 2025-12-08 20:50:46
수정 : 2025-12-08 22: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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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사태 이어 또 악재

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정황 등 포착
적합성 원칙·설명 의무 등 위반 확인
중도환매 불가한 ‘폐쇄형’ 피해 키워

국민銀, 설명서 위험등급 잘못 표기
초고위험 상품을 2등급으로 소개
판매사 자율배상에도 제재 가능성
“내부통제 부실 확인되면 상응 조치”

전액 손실 사태를 낸 ‘벨기에 펀드’ 판매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판매 과정에서 불거진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정황을 당국이 단순 영업 과실이 아닌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판매 3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마치고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제재 수위를 결정해 각 사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 산하기관이 임차한 오피스건물을 기초자산으로 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판매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유럽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현지 은행 대출을 선순위로 두고 펀드 자금을 후순위로 설정한 상품 설계 탓에, 2023년 말 선순위 대출 만기 연장이 무산되자 건물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후순위 투자금이 전액 소진됐다.

여기에 부동산 실물을 운용하는 상품 특성상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구조여서 시장상황이 악화해도 자금을 회수할 탈출구조차 없었다. 판매 당시에는 ‘임대율 100%’ 등 안정성이 강조됐지만, 자산가격 하락 시 투자자가 손실을 먼저 떠안아야 하는 위험성과 중도 환매 불가 등 제약조건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국은 검사 과정에서 판매사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판매 규제를 제대로 지켰는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들도 위반 소지를 인지하고 자율배상에 나선 상태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한투증권은 영업점 직원이 서명이나 상품가입 확인사항 같은 중요서류를 대필하거나, 투자성향을 상향해 가입하게 하고, 투자설명서를 미교부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돼 자율배상에 나섰다.

 

국민은행의 경우 상품설명서 일부에 초고위험(1등급) 상품이 2등급으로 잘못 표기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당초 1등급 상품에 가입할 수 없는 투자자들에게도 판매가 이뤄졌는데, 이는 고객의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 적합성 원칙 위반 여부는 제재 수위뿐 아니라 배상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해당 오류로 인해 가입이 불가능했음에도 가입한 투자자들에게는 원금 전액을 배상했고, 그 외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건에 대해서는 40∼80% 수준의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이미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통보받은 국민은행은 벨기에 펀드 관련 추가 징계까지 현실화할 경우 제재 부담이 가중할 전망이다.

 

벨기에 펀드가 가진 후순위 변제 상품의 리스크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등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우리은행은 이달 2일부터 투자자들에 대한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판매사들의 선제적인 자율배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인정될 경우 기관 경고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때처럼 내부통제나 소비자 보호 등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