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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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그만, 딸 낳으세요”…‘이 나라’ 딸 낳으면 현금과 생필품 지원

입력 : 2025-12-09 05:20:12
수정 : 2025-12-09 0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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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선호 현상’이 심각한 베트남에서 정부가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정책을 개편하고 나섰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 풍경. AP=연합뉴스

VN익스프레스 등 최근 베트남 매체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125조동(약 6조9700억원) 규모의 건강·인구 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출생 성비(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수)를 2030년까지 109명 미만, 2035년까지 107명 미만으로 낮추는 목표가 핵심이다.

 

최근 베트남 출생 성비는 자연 성비(104~106명)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은 111.4명으로 나타났다. 불균형은 북부 지역이 더 심한 편이다. 수도 하노이는 성비가 118.1명이며, 박닌성·흥옌성·타이응우옌성 등 일부 지역은 120명을 넘어선다.

 

성비 불균형은 유교 문화로 인해 ‘아들을 통해 가계를 이어간다’는 남아 선호 사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나라지만, 가정 내 인식은 과거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총국 커뮤니케이션교육부 전 부국장인 마이 쑤언 푸옹 박사는 “유교 사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여전히 가계를 잇기 위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현 상황을 국가 중대 위기로 보고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쓰기로 했다. 우선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 성별을 선택하기 위한 시술을 처벌이 강화된다. 성별을 공개한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시술 행위에 대한 행정 벌금을 현행 3000만동(약 170만원)에서 최대 1억동(약 56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딸 낳기 장려 정책’도 본격 추진 중이다. 현지 보건부는 농촌 및 취약계층 가운데 딸만 있는 가정에 현금 또는 생필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이퐁·허우장·박리에우 등 일부 지방정부는 시범 시행되고 있는데 효과를 봤다고 한다.

 

호앙티톰 보건부 인구청 부국장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4년에는 15~49세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 명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