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 의제와 관련해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한 대법원 공청회가 9일 시작됐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를 진행한다.
사법부 안팎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계 인사가 참여하며 보수·진보 등 다양한 성향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참여한다. 김선수 전 대법관과 하태훈 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개회사에서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법부는 시대 변화를 깊이 인식하고,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가장 필요하고 바람직하고 시급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3일에 걸친 공청회를 마련했다"며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경청하고, 건설적 비판과 소중한 제언을 폭넓게 수렴하는 열린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글이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참석한 천 처장은 "세종대왕은 시민들이 한자로 된 법을 읽을 줄 몰라서 법을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자기 뜻을 글로 적어서 억울한 사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두 가지 염원을 갖고 한글을 만들었다"며 "이런 우리 사법 전통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2017∼2020년 세계은행 사법부 평가 결과 우리나라 사법부가 1위 2차례, 2위 2차례의 큰 업적을 이뤘고 올해 지표에 따르더라도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신속성 면에서 형사는 3위, 민사는 7위의 업적을 자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국민들이 사법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고 이에 대해 사법부는 깊은 자성과 성찰을 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공청회에서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이 들려주시는 귀한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고, 사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진수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법무·검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사법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법무부도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제도는 시대와 환경을 반영해 변화하기 마련"이라며 "그 변화 속에서도 제도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사법제도의 설계와 운용에 있어서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선과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로스쿨 교수)은 '중립'의 정신을 강조하며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려면, 또 그러한 방향으로 법이 규범력을 발휘하려면 이러한 사사로움을 덮고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이로운 사법의 독립과 공정을 향한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상고제도 개편 방안', '대법관 증원안' 등을 주제로 3일에 걸쳐 총 7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친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좌장은 진보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낸 김선수(17기) 사법연수원 석좌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문형배(18기)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박은정 이화여대 로스쿨 명예교수(전 국민권익위원장), 법조기자 출신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전 대법관인 조재연(12기)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 사법개혁 논의에 다양한 견해를 표명해온 차병직(15기) 클라스한결 변호사 등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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