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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팝, 글로벌 영향력 확대… 문화적 파급 효과 및 무한한 경제적 가치 창출 기대

입력 : 2025-12-09 13:35:59
수정 : 2025-12-09 1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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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국제적 문화 위상은 지금 어느 때보다 높다. HYBE의 방시혁 의장,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이수만, JYP엔터테인먼트의 창의적 중심인 박진영 등 업계 주요 인물들은 서울의 연습실에서 시작된 장르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지역적 관심을 넘어선 K-팝은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산업 구조와 중독성 있는 팝 사운드가 결합된,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문화 수출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최근 K-팝은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는 9월 2일 US 오픈에서 테일러 프리츠를 꺾고 승리를 기념하며, 딸을 위해 영화 Soda Pop에서 영감을 받은 코트 사이드 댄스를 선보였다. 그는 “전 세계 10대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집에서 여러 안무를 따라 하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내일 아침 딸이 일어났을 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오리지널 곡 ‘Soda Pop’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영화가 된 히트작 K-Pop Demon Hunters에서 비롯됐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음악으로 악마를 물리치는 비밀스러운 10대 걸그룹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 속 걸그룹은 6월 공개 이후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의 흥행은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K-팝이 중심에 놓인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스트리밍 차트를 장악하고, 미국 전역 1,000개가 넘는 극장에서 싱어롱 상영을 매진시킬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는 K-팝이 기대를 지속적으로 넘어서는 문화적 확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K-Pop Demon Hunters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중독성 강한 사운드트랙 뒤에는 K-팝을 음악 장르가 아닌 글로벌 문화적 매개로 이해한 창작 비전이 있었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제작진은 서구 관객이 “한국적 배경을 가진 문화를 보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해, 작품에 한국적 디테일과 다양한 층위의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이러한 선택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으며, 강 감독은 대중의 관심 변화를 읽어낸 엔터테인먼트 창작자로 주목받게 됐다.

 

 

이 같은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은 HYBE(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창업자 방시혁이다.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빅히트는 SM·YG·JYP 같은 대형 기획사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일곱 명의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것이 글로벌 스타로 직결되던 시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방 의장은 다른 이들이 간과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진정성’과 ‘팬과의 직접 소통’이 완벽한 이미지 못지않게 중요하며, BTS가 전 세계 청년들과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는 진정성과 일관성, 그리고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능력이 BTS를 세계적 위치로 이끈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하며 “당시 BTS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찾고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고 말했다.

 

BTS는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장을 열었다. 2020년 그들은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빌보드 1위를 여섯 차례 기록한 그룹이 되었으며,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과 로즈볼 공연을 매진시켰다.

 

그들의 문화적 영향력은 음악을 넘어 확장됐다. BTS는 UN 총회에서 세 차례 연설했고, 2017년에는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폭력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속적 영향력의 기반은 언제나 ARMY였다.

 

ARMY의 활동은 스트리밍이나 콘서트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팬들은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으고, BTS의 기부에 맞춰 후원금을 더하는 등, K-팝 팬덤이 어떻게 전 세계적 팬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2025년 6월 전역하며 ‘군백기’를 마무리했다. 2026년 봄 완전체 컴백과 새 앨범, 월드 투어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26년 예정된 BTS의 재결합은 한국 문화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소프트파워 전략, 그리고 전 세계 팬들의 관심 속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BTS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K-팝이 한국의 대표적 문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정부는 문화 산업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며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를 지속해왔다. 그 전략은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K-팝만 해도 한국 경제에 연간 약 50억 달러를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관광·미용·패션·기술 등 연관 산업의 파급 효과는 이보다 더 크다. BTS가 202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했을 때 창출된 직접 경제 효과는 약 5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한류’는 이제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되는 현실이다.

 

K-팝은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구 5천만 명 남짓한 국가가 그 규모를 넘어서는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 소프트파워는 외교적 영향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K-팝을 떠받치는 구조적 기반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체계적 트레이닝을 거친 아티스트, 통합된 제작·홍보 시스템, 국경을 넘어 연결된 팬 네트워크가 그 힘의 원천이다.

 

AI 기반 번역 기술은 언어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으며, 한국어 가사가 중개 없이 더 넓은 글로벌 청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블랙핑크의 코첼라 공연, 뉴진스의 글로벌 광고 등 서구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일상화되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한국 아티스트를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US 오픈에서의 언급, K-Pop Demon Hunters의 스트리밍 기록 등으로 현재가 K-팝의 정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K-팝이 보여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글: 이범수 (작가, 경제학자)